靑, 회담 나흘후에도 '美 빅딜카드' 깜깜… 韓·美 균열

조선일보
  • 이민석 기자
    입력 2019.03.05 03:01

    회담前 볼턴 방한 취소때부터 이상 징후, 당일엔 결렬 사실도 몰라
    文대통령, NSC서 "영변 핵폐기 땐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될 것"

    2차 미·북 정상회담 전후로 한·미 간 대북 정책 공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북한에 요구한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α)'에 대해 "한·미 정보 당국이 완벽하게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그게 어느 특정 시설을 가리키는지 아니면 포괄적으로 영변 이외의, 영변에서 더 나아간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의미가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 이번 회담을 결렬시킨 미·북 간 핵심 이견(異見)에 대해 회담 나흘이 지나도록 구체적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회담 전부터 '한·미 공조' 이상 전조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미·북 정상회담 당일인 지난달 28일 "잠시 휴지기에 있었던 남북 대화가 다시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회담 결렬은 청와대가 예상한 시나리오 중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김 대변인의 브리핑 후 30여분 만에 미·북 정상 합의 서명식이 취소될 것 같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전직 외교관은 "한·미 간 소통이 제대로 됐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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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왼쪽으로 노영민 비서실장, 서훈 국정원장,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연합뉴스
    한·미 균열의 전조(前兆)는 회담 이전부터 감지됐다. 지난달 2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방한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려다 일정을 취소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가 막판 '작전 회의'를 하려 했던 것"이라며 "볼턴 보좌관 방한 취소로 한·미 간에 협상 전략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볼턴이 정 실장과 함께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도 함께 만나려 하자 우리 정부는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 사흘 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회담 성공을 전제로 남북 경협, 다자 안보 체제 등을 골자로 한 '신(新)한반도 체제' 구상을 밝혔다. 회담 당일 오전엔 국가안보실 2차장에 통상 전문가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임명했다. 남북 경협을 염두에 둔 인사로 해석됐다.

    청와대는 미·북 정상회담 전날엔 "'스몰 딜' '빅 딜' 개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은 3일(현지 시각)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전면적 비핵화에 상당한 경제적 대가를 제공하는 '빅 딜' 문서를 북한 측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정의용 실장과 볼턴 보좌관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방증"이라는 말이 나왔다.

    ◇"결렬 원인 분석은 없고 아전인수 해석만"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언급하며 "북한 핵시설의 근간인 영변 핵시설이 미국의 참관과 검증하에 영구히 폐기되는 것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영변 핵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 있어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했다. 영변의 가치를 부풀려온 북한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이번 회담의 결렬 원인이 영변의 가치에 대한 미·북의 이견 때문인데 문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북한 편을 들고 있다"고 했다.

    국무총리와 외교·안보 부처 장관들의 보고도 미·북 협상 결렬 원인에 대한 냉철한 분석보다는 북한에 온정적인 문 대통령의 '코드'에 맞춰졌다. 이낙연 총리는 "북·미 이견(異見)만큼이나 남남(南南) 갈등 관리도 중요하다"며 "과거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지만 우린 결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북·미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북쪽과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3월 중 남북 군사회담 개최를 통해 올해 안에 계획된 9·19 군사 합의에 대한 실질적 이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를 두고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의 재탕이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아전인수식 해석"이란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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