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연속 '공기 재앙'...한국의 겨울은 '일한사미'

입력 2019.03.04 16:32 | 수정 2019.03.04 16:48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4일 서울시내 곳곳이 뿌연 미세먼지로 가득하다. 길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태경 기자
"북핵보다 무서운 미세먼지."
"미세먼지·스모그·황사 ‘죽음의 3종 세트’ 언제까지 견뎌야 하나."
"미세먼지 30% 줄이겠다던 대통령은 왜 말이 없나."

한국 겨울날씨를 설명하는 ‘삼한사온(3일 춥고, 4일 온난)’이라는 단어가 ‘삼한사미(3일 춥고, 4일은 미세먼지)’로 바뀐 것도 옛말이다. 이젠 하루 춥고 나흘이나 닷새씩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받는다는 ‘일한사미’ ‘일한오미’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잦아지고, 독해진 미세먼지
지난 1일부터 연 나흘째 서울·경기·인천·대전·세종·충남·충북·전남·광주광역시 등 9개 시·도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됐다. 2017년 이 제도 도입 이후 나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전날 오후 4시까지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50㎍/㎥를 초과했고, 4일에도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보된 데 따른 조치다.

지난 4일간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일 84㎍/㎥ , 2일 85㎍/㎥, 3일 77㎍/㎥, 4일 오전 131㎍/㎥ 등으로 ‘매우나쁨’ 기준(75㎍/㎥)을 넘겼다. 특히 지난 1일 충청과 호남 지역에서는 미세먼지(PM -10) 농도가 한때 200㎍/㎥ 이상으로 치솟아 ‘매우 나쁨’(151㎍/㎥ 이상) 기준을 훌쩍 넘겼다.

2월 공기질도 여간 나쁘지 않았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가운데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을 기록한 날은 11일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일이었던 것보다 2일이 늘었다.

평균 농도는 더 높아졌다. 올해 2월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각각 35㎍/㎥와 57㎍/㎥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와 53㎍/㎥와 비교하면 각각 5㎍/㎥와 4㎍/㎥ 높아졌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봉영로 일대. 미세먼지 농도를 가리키는 숫자가 ‘217, 매우나쁨’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스트레스에 대통령, 북핵, 한유총 ‘눈총’
천재지변급의 ‘공기 재앙’이 닥치자 시민들의 원망은 가장 쉬운 곳을 향하고 있다. 먼저 대통령과 정부다.

"대선 공약으로 미세먼지 30% 저감하겠다더니 왜 대책을 내놓지 않느냐" "대통령 공약으로 미세먼지 얘기하더니 왜 몇 달째 입을 다물고 있냐"는 얘기들이 나온다.

대통령이 몇 달째 미세먼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에도 "지난주 유례없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많아 국민이 큰 고통을 겪었다"며 "미세먼지 해결이라는 국정과제 약속을 지키려면 혹한이나 폭염처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제는 ‘주문’만 했다는 점이다. 미세먼지 원인부터 대책까지 단번에 이뤄질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중국 가서 시위하지 왜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나" "중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언론이 알리지 않아 대통령에게 화살이 쏠린다"고 응수하고 있다.

속 답답한 시민들은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도 딴지를 걸고 있다. 미·북 대화나 문 대통령의 북한 관련 기사에는 "북핵으로 죽을 확률 0.1%, 미세먼지로 단명할 확률 99%’ ‘북한 줄 돈 있으면 그 돈 중국 주고 미세먼지 좀 잡아라" 같은 말이 붙는다.

‘유치원 개학 연기’로 눈총을 받는 ‘한유총’도 미세먼지 스트레스에 시달린 이들이 주로 공격하는 대상이다. "한유총 미세먼지와 함께 사라져라" "미세먼지보다 더 나쁜 한유총 전부 구속시켜라" "오늘 미세먼지 농도가 딱 한유총 수준" 같은 말이다.

◇이 와중에 뜨는 영남, 그중에서도 울산
미세먼지 농도는 ‘서고동저’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서해안에 면한 서울·충청·호남의 미세먼지 농도가 100㎍/㎥을 훌쩍 넘는데 반해 영동·경남 등의 수치가 현저히 낮다.

이날 오후 서쪽 지방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또는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오후 3시 기준 △서울(82㎍/㎥) △인천(84㎍/㎥) △경기(107㎍/㎥), 충북(78㎍/㎥) △세종(129㎍/㎥) △충남(123㎍/㎥) △대전(106㎍/㎥) △전북(123㎍/㎥) △광주광역시(114㎍/㎥) 이다.

반면 부산(17㎍/㎥), 울산(14㎍/㎥), 경남(27㎍/㎥), 대구(22㎍/㎥), 경북(16㎍/㎥) 은 ‘보통’(16∼35㎍/㎥) 범위에 들고 있다.

특히 ‘공업도시’ 이미지가 강한 울산이 14㎍/㎥으로 전국 ‘최하 수준’을 기록했다는 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울산 미세먼지가 인천보다 낮은 건 뭘 의미하나" "울산 경유차를 다 서울로 보냈다는 얘기냐" 같은 지적이다.

영남권 ‘청정 공기’는 ‘해풍’으로 설명됐다. 3일 한반도 동쪽에서 불어온 청정한 해풍이 4일 영남권 미세먼지를 몰아냈다는 것이다.

강원도는 영서 지방인 원주가 76㎍/㎥이었지만, 태백산백 동쪽 영동 지방인 강릉(30㎍/㎥), 동해(22㎍/㎥), 삼척(25㎍/㎥)은 현저히 수치가 낮았다.

반기성 케이웨더 기상 예보센터장은 "중국에서 서풍을 타고 넘어온 미세먼지가 태백산맥을 넘지 못해서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고농도 미세먼지 최소 이번주 중반까지 이어진다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은 7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이번주 목요일쯤 대륙고기압이 약간 확장하면서 영동 지방에 동풍이 불고, 서쪽 지역에도 바람이 불면서 미세먼지가 약간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세먼지 나쁨을 기록한 4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이 뿌옇다. /고운호 기자


미세먼지 특보가 발령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경비를 서는 경찰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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