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치원 문제 하나 해결 못 하나

조선일보
입력 2019.03.04 03:19

전국 3000여개 사립 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오늘부터 유치원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했다. 개학 연기에 동참하는 사립 유치원은 전국 3875곳 가운데 1533곳(39.5%)이라고 했다. 개학 연기 유치원이 381곳이란 교육부 발표와 크게 다르다. 한유총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장 18만7000여명의 원아가 갈 곳이 없어진다. 보육대란이다. 어떤 경우든 명색이 교육기관이 아이들을 볼모로 삼는 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다.

한유총은 사립 유치원 설립에 최소 30억원 개인 자산이 들어가는데 이를 국가 관리 회계 시스템(에듀파인)을 통해 통제하려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면서 '유치원 3법'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유치원 폐원 시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사립 유치원은 운영 비용의 절반 이상을 정부 지원에 의존해 매년 조 단위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는 만큼 일정 부분 통제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문제가 이토록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인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10월 사립 유치원 2100곳의 회계 문제를 전국의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하자 한유총은 "유치원을 도저히 운영할 수 없다"고 반발해왔다. 일부 유치원은 폐원을 신청하고 신입 원아 모집을 보류하면서 이번 사태는 예고됐다. 개인 재산을 내 건물을 짓고 운영하는 사립 유치원은 국가 교육의 상당한 부분을 떠맡고 있다. 이들의 요구엔 들어봐야 할 부분도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무슨 고차방정식이라고 이렇게 막장까지 가야 하나.

정부는 명단 공개, 행정처분, 감사, 형사고발 등 위협뿐이다. 민노총 폭력사태엔 침묵하던 정부가 유치원 대책회의에는 경찰청장·국세청장·공정거래위원장까지 참석시켰다. 이것이 무슨 공안 사건인가. 갈등을 조율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문제 해결력은 보여 준 적이 없고 '수사해서 감옥 보낸다'는 식의 발상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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