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핵폭탄·농축시설 다 그대론데 韓·美는 훈련까지 폐지

조선일보
입력 2019.03.04 03:20

한·미 국방 당국이 올해부터 한·미 연합 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폐지한다는 것이다. 지휘소 연습인 키 리졸브는 그동안 방어와 반격 훈련을 각각 일주일씩 해왔는데 이번부터 '동맹 훈련'으로 이름을 바꿔 방어 훈련만 일주일 실시할 예정이다.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은 연중 실시하는 소규모 부대 합동 훈련으로 대체된다. 매년 8월 실시해온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이 작년부터 유예된 데 이어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까지 폐지함에 따라 한·미 연합사 차원의 3대 훈련이 모두 없어지는 셈이다.

한·미 군 당국은 3대 훈련을 하지 않더라도 확고한 연합 방위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민을 바보로 알고 말장난을 한다.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군대가 아니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훈련을 할 수 없으면 동맹을 해체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군에 훈련은 그만큼 중요하다. 한·미 연합 방위 태세가 대대급 이하 몇 백명 단위 훈련으로 유지된다면 마술이다.

작년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발표했을 때 북한이 핵 폐기를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도록 독려하기 위한 수단인 것처럼 설명했었다. 그렇다면 이번 하노이 2차 회담에서 북의 비핵화 의지가 가짜라는 걸 확인했다면 유예했던 을지 훈련도 재개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반대로 남아있던 훈련마저 아예 종료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 훈련을 재개할 것이냐'는 질문에 "군사훈련은 재미있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했다. 미국 대통령의 인식 수준이 이렇다. 트럼프는 연합 훈련을 할 때마다 1억달러(1100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처럼 말했지만 실제 비용은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이 200억원, 을지 훈련이 150억원 정도다. 트럼프는 다음 대선 때까지 김정은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것을 업적으로 만들기 위해 훈련 폐지까지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의 핵·미사일 실험은 개발이 끝나 그만둔 것이지 한·미가 훈련을 안 한다고 그만둔 것이 아니다.

군은 지난해 9·19 남북 군사 합의를 통해 무인기 비행 금지 등 공중 정찰 능력을 무력화하는 양보를 해놓고 한·미 연합 전력의 첨단 대북 감시 능력이 뒤를 받치고 있어 괜찮다고 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믿는다는 주한미군의 통수권자는 군사훈련도 하지 말자고 한다. 정상적인 한국 정부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저지해야 마땅하지만 지금 정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호응해 군 훈련을 폐지한다. 수소폭탄 수십 개를 손에 쥐고 있는 북한은 비핵화할 생각 자체가 없다는 게 확인됐는데 대한민국의 안보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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