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집단" vs. "폐원도 고려" 극한으로치닫는 '유치원 대란'

입력 2019.03.03 16:40 | 수정 2019.03.03 23:34

(위사진, 왼쪽부터)도성훈 인천교육감, 이재정 경기교육감, 조희연 서울교육감 등 수도권 경기교육감들은 3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갖고 “한유총과 협상은 없다”고 선언했다. 한유총(사진 아래)은 앞서 이날 오전 “전국에서 대대적인 개학연기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뉴시스
(위사진, 왼쪽부터)도성훈 인천교육감, 이재정 경기교육감, 조희연 서울교육감 등 수도권 경기교육감들은 3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갖고 “한유총과 협상은 없다”고 선언했다. 한유총(사진 아래)은 앞서 이날 오전 “전국에서 대대적인 개학연기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뉴시스
‘유치원 전쟁’ 근원은 ‘에듀파인’ 도입 갈등
지난해 ‘비리 유치원’ 논란후 ‘유치원 3법’ 급물살
한유총 "좌파의 유아교육 장악 시도" 주장

"내일부터 무기한 개학 연기 강행하겠다. 폐원 투쟁도 검토하겠다."<한국유치원총연합회>
"범죄집단과는 타협하지 않겠다. 한유총 집단행동은 불법이다." <서울, 인천, 경기 교육감>

사립유치원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와 교육당국이 3일 잇달아 ‘초강수’를 내놓으며, 극한대결로 치닫고 있다.

한유총은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기·인천 492곳, 경북·부산·대구 339곳, 경남·울산 189곳, 충청·대전 178곳, 서울·강원 170곳, 전라·광주 165곳 등 전국 유치원 1533곳이 4일로 예정된 개학을 연기할 예정"이라며 "준법투쟁을 탄압하면 폐원투쟁으로 나아가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또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위조된 무능 불통 장관으로서 우리나라 교육을 망치고 있다"며 "직무유기, 직권남용, 협박 등으로 유장관을 고발할지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유아교육법상 누리교육비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라"는 기존 요구도 반복했다. 국가가 교육비를 유치원으로 직접 지급할 경우, ‘에듀파인’ 시스템을 강제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립 유치원은 ‘사유 재산’에 해당한다"며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과 회계비리 시 형사처분을 골자로 하는 ‘유치원 3법’ 철회 △폐원시 학부모 3분의 2이상 동의를 의무화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 교육감 "한유총은 범죄집단, 협상없다"...설립허가 취소· 참여 유치원 고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교육감들은 한유총을 ‘범죄집단’이라고 부르며, ‘무관용, 무타협’을 선언했다.

휴원에 참가하는 유치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산되는 서울시의 조희연 교육감을 비롯, 이재정 경기교육감, 도성훈 인천교육감은 3일 기자회견에서 "범죄집단인 한유총과는 일절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4일 유치원 개학 여부 전수 조사 △5일까지 개학하지 않는 유치원 고발 △개학 연기 지속시, 한유총 설립허가 취소 △소극적 참여 유치원도 강력 제재 에듀파인 참여 거부하는 모든 유치원 감사 실시 등의 초강수를 내놨다.

교육감들은 "유치원 학사일정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반드시 유치원운영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하지만, 한유총이 절차를 무시했다"며 "일방적인 개학 연기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했다. "한유총의 집단 강압으로 휴원에 동참한 사립유치원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국 유치원 개원일은 3월 4일이지만, 한유총은 3일 “전국 사립 유치원 1533곳에서 개원 연기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3일 오후 노원구의 한 사립 유치원. /뉴시스
전국 유치원 개원일은 3월 4일이지만, 한유총은 3일 “전국 사립 유치원 1533곳에서 개원 연기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3일 오후 노원구의 한 사립 유치원. /뉴시스
◇‘회계 장부’ 논란이 ‘좌파 교육’ 논란으로 비화
‘극한 대결’의 핵심 원인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의무화에 있다. 지난해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사립유치원들이 교육비를 유용했다"며 유치원장들의 회계 비리를 공론화한 이후, 정부와 여당은 ‘유치원 3법’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치원 3법 중에서도 사립유치원들이 가장 반발하는 대목이 ‘에듀파인’ 의무화다. 사립유치원들은 "유치원은 수십억원을 투자한 사유재산"이라며 "정부가 사유재산을 국가회계에 종속시키는 것은 위헌"이라며 ‘결사 항전’ 태세에 돌입했다. 교육당국은 "국가가 교육비를 지원하므로 에듀파인 도입은 필수"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익단체의 반발’에 불과했던 사안은 그 사이 ‘정치 논쟁’으로 비화했다. 자유한국당의 지원 사격을 받은 한유총이 "유치원 3법은 좌파들이 유치원 교육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개학 연기 1533곳? 397곳?
교육부가 파악하는 ‘집단 휴원 참가 유치원’ 숫자는 계속 바뀌고 있다. 이날 오전 한유총은 "집단 휴원에 동참하는 사립유치원이 1533곳"이라고 발표했으나,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3시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파악된 휴원 동참 혹은 미응답 유치원은 397곳"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은 하루 전날인 2일에는 "집단휴원에 참가하는 유치원이 190곳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유총은 휴원 동참 근거를 각 사립 유치원이 학부모에게 발송한 휴원 안내 문자로 제시하며 1533곳이라고 주장했다. 한유총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립유치원 4220곳의 36.3% 수준인 1533곳이 개학 연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정부는 "모든 사립 유치원과 통화를 해 휴원 여부를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교육감들은 이날 "유치원 397곳이 모두 휴원해도, ‘돌봄 공백’은 없다"고 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공립 유치원, 단·병설 유치원, 각 학교의 돌봄학급, 어린이집까지 동원해 원아 수용에 나설 계획"이라며 "경기교육청이 파악한 휴원 원아 규모는 최대 2만4700여명인데 수용가능 숫자는 8만7500여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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