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서울 겨냥한 北 핵미사일은 협상 테이블에 없다

입력 2019.02.27 03:15

북 보유 탄도미사일 80%, 남한과 주일미군 겨냥
더 큰 핵탄두, 화학무기 싣는데 비핵화협상은 ICBM에만 관심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지난 2017년 8월 26일 아침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북한 단거리 발사체 3발이 발사돼 동북 방향 동해상으로 250여㎞를 날아갔다.

그런데 이 발사체의 정체를 놓고 한·미가 엇갈린 분석을 내놨다. 우리 군은 300㎜ 개량형 방사포(다연장로켓)로 추정한 반면, 미국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한 것이다.

이 발사체는 뒤에 미사일로 판명됐지만 의문점은 남아 있었다. 당시 발사체는 미사일로 보기엔 비행고도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이 발사체는 40여㎞의 최대 비행고도를 기록했는데,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이었다면 70~80㎞의 최대 비행고도를 나타냈어야 했다.

반면 300㎜ 방사포라 해도 종전 최대 사거리(200㎞)보다 50㎞나 더 날아간 것도 의문이었다.

이 미스터리는 5개월여 뒤인 지난해 2월 북한군 창군 기념일 열병식에서 어느 정도 풀렸다. 기존 KN-02 '독사' 미사일과는 다른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들이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러시아의 SS-26 '이스칸데르'를 빼닮은 것들이었다.

이스칸데르는 280㎞를 날아가도 최대 비행고도가 50여㎞에 불과하다고 한다. 낙하 속도가 음속의 10배에 가까워 한·미 양국군의 패트리엇 PAC-3 미사일로 요격이 불가능하고, 비행고도가 낮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도 요격이 어렵다는 평가다. 480~700㎏의 탄두를 달 수 있어 북한이 개발한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 국내외의 관심은 온통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미·북 정상회담에 쏠려 있다. 하지만 회담 의제에 이런 신형 단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북 중·단거리 미사일 제거 문제가 포함됐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외신 보도와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은 핵 동결 등 비핵화와 핵무기 운반 수단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에 중점이 두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중·단거리 미사일 제거도 핵 폐기와 함께 관철해야 할 과제다. 북한이 보유한 1000여발의 탄도미사일 중 80% 이상이 스커드(600여발)와 노동(200여발)이다. 스커드(사거리 300~1000㎞)는 남한을, 노동(사거리 1300㎞)은 일본(주일미군기지)을 주로 겨냥한다. 이 미사일들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것은 ICBM에 다는 것보다 쉽다. 군 소식통은 "스커드·노동엔 ICBM보다 큰 핵탄두를 달 수 있어 장착이 더 용이하다"고 말했다.

특히 스커드·노동 미사일은 화학무기도 운반할 수 있다. 북한은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의 독살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신경작용제 VX를 비롯, 각종 화학무기 2500~5000t을 보유한 세계 3위의 화학무기 강국이다. 군내에서는 북 스커드B·C 미사일의 30~40%가 화학 탄두라는 평가도 있다. 미군 분석에 따르면 스커드B(사거리 300㎞) 한 발에 560㎏의 VX를 탑재해 서울 도심에 투하할 경우 최대 12만명의 인명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최근 미 싱크탱크인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삭간몰, 상남리 등 중·단거리 미사일 기지 문제를 잇따라 제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에, 특히 한·미 동맹의 가치 인식이 매우 약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 중·단거리 미사일 제거까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점이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 하듯이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정부의 행태를 볼 때 핵 동결과 ICBM 폐기 정도를 '완전한 비핵화' 성공으로 포장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완전한 비핵화는 핵 시설·물질·무기·인력의 제거·전환뿐 아니라 운반수단인 미사일 제거까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이에 대한 협상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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