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 없이 1시간 내 수술… 척추 질환 치료의 새 시대 열다

입력 2019.02.26 03:00

0.7~1㎝ 정도 최소 부위 절개… 척추내시경·최소 침습 치료
美·日 등 선진국서도 관심 보여

기존 수술법 적용하기 어려운 간질환·고혈압 척추질환자도
걱정 없이 시술 받을 수 있어

한국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진국 의료진이 국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진은 존스홉킨스 의대 치료 방사선과의 교수인 더글러스 임, 카이저 퍼머넌트 병원의 라비 베인스 척추외과 과장, 메릴랜드대학병원의 차오 교수 등 미국 의료진이 예스병원에서 수술을 참관하는 모습.
한국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진국 의료진이 국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진은 존스홉킨스 의대 치료 방사선과의 교수인 더글러스 임, 카이저 퍼머넌트 병원의 라비 베인스 척추외과 과장, 메릴랜드대학병원의 차오 교수 등 미국 의료진이 예스병원에서 수술을 참관하는 모습. / 예스병원 제공
부산에 사는 김순자(72·가명)씨는 몇 년 전부터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증상이 나타났다. 김씨는 단순한 관절염과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증세로 판단했고, 주변에서 "대부분 허리디스크는 저절로 낫는다"고 해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먹으며 지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증상은 심해졌다.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혼자 1분을 걷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걸은 지 5분이 넘어가면 다리에 마비가 온 것처럼 저리고 힘이 풀려 길거리에 주저앉기도 했다. 참다 못해 병원을 찾은 김씨는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받을 자신이 없어 병원 재방문을 미루고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노화로 인해 척추 뼈와 인대가 변형돼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지면서 신경을 눌러 통증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수도 파이프가 막혀 물이 흐르지 않는 원리와 비슷하다. 신경이 막히는 과정이 서서히 진행되므로 초기에는 증상이 없거나 경미해 혈액순환 장애 등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환자 대부분이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차일피일 미루다 중증(중등도) 환자가 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 김씨 같은 경우다. 초기에 병명을 진단받는다고 해도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허리에 나사를 박는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척추관협착증은 초기에는 물리치료와 운동요법 등 가벼운 치료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중증으로 진행된 척추관협착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보통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들이 고령이거나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아 수술에 부담을 느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신경성형술이나 풍선확장술 등 비(非)수술적 치료법이 있으나, 이 치료들은 근본적인 원인 제거가 아니라 증상 완화에 목표를 뒀다.

최근 전문가들은 중증 척추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기존 수술보다 회복이 빠른 척추내시경 치료나 최소 침습 치료 등을 더 추천하는 추세다.

용인 죽전 예스병원 척추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고령이나 당뇨·간질환 등으로 기존 수술법을 적용하기 어려웠던 척추 질환 환자 중 80% 이상이 전신마취나 수술 부담 없이 척추내시경 치료나 최소 침습 치료만으로 치료가 가능했다.

◇전신마취나 근육 2차 손상 없는 '척추내시경 치료'

기존 척추 수술의 문제는 수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근육의 2차 손상이었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예스병원 전경.
경기 용인에 위치한 예스병원 전경. / 예스병원 제공
수술을 하기 위해 근육을 절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2차적 근육 손상이 재활을 늦추거나 또 다른 요통을 유발하는 원인이 됐다.

이와 달리 척추내시경이나 현미경을 활용한 시술은 피부에 지름 0.7~1㎝의 구멍만 낸 다음 진행한다. 이 덕분에 근육을 거의 손상시키지 않는 상태에서 척추 조직을 확대 조명한 뒤 신경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일 수 있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으며 1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치료가 가능하고 수술 직후 바로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빨라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예전 같으면 나사 고정술을 시행했을 만한 중증 척추 질환까지도 근육 손상과 출혈을 최소화해 치료할 수 있다.

이 덕분에 고령 환자나 근육 보존이 필요한 운동선수, 빨리 일상에 복귀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선호한다.

하주경 예스병원 원장은 "기존 비수술적 척추 치료법은 시술 후 시간이 지나면서 증세가 재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소 침습 치료는 재발이 없는 '완전 치료'의 개념이라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의료진, 척추내시경 교육받으러 한국 온다

척추내시경 치료와 최소 침습 치료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과거 절개 수술 위주의 척추수술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방식이며, 현재 세계적으로 치료 건수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세계적인 척추외과학회에서 한국 의료진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카이저 퍼머넌트 병원을 비롯해 그리스·중국·두바이 등의 해외 의료진이 국내 척추 전문의들이 기술을 배우려고 한국을 찾고 있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 의료진의 수술 참관 및 교육을 담당했던 하 원장은 "예전에는 한국 의사들이 선진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 갔지만, 이제는 오히려 우리 의료기술을 배우려고 선진국 의료진이 유학을 온다"고 했다.

하 원장은 "외국에서는 아직도 절개 위주의 척추 수술이 일반적이다. 이들이 한국에 오면 이곳 척추내시경 치료 및 최소 침습 치료의 즉각적인 치료 효과에 깜짝 놀란다. 2, 3차 참관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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