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볕이랑 물인데, 물 부족 어쩔건가" 공주 농사꾼들의 걱정

입력 2019.02.22 18:49 | 수정 2019.02.22 19:35

정부, 4대강 보 철거 소식에
농민들 "우리한텐 묻지도 않았다"
환경단체 "보 철거는 사필귀정"

"농사에서 볕만큼이나 중요한 게 물이에요. 지역 농민들 말 하나 안 들어보고 보(洑)를 하루아침에 해체하겠다고요? 곧 봄 되면 모내기해야 하는데…" 충남 공주시 공주보 인근에서 만난 농민 오석주(48)씨는 긴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평생 산 주민으로서 말하자면, 정말 ‘수질’이 그렇게 걱정된다면 이 일대 공장에서 나오는 오폐수(汚廢水)부터 해결하라고 해라. 설치한 지 몇 년밖에 안 된 공주보를 철거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축산농 유병주(54)씨 얘기다.

공주보 철거 소식이 전해진 22일 지역 농민들은 ‘농사 걱정’을 했다. 이날 오전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주보는 보 위에 건설된 2차선 도로(공도교)만 남긴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22일 오후 충남 공주시 공주보 앞에 철거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우영 기자
◇‘생업’보단 ‘생태’… "주민 의견 한 번 듣지 않았다"
공주보 주변 농민들은 "정부가 사전에 농민들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는 점에 가장 크게 분노했다. 이학재 공주시 이·통장협의회 사무국장은 "기획위에서 공주보 철거 이해당사자인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며 "공주보 철거 소식도 방송을 통해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2012년에 준공된 공주보 덕분에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었다"며 "2016년 가뭄이 극심했는데, 그나마 보가 있어서 피해를 덜 봤다"고 했다.

기획위 평가자료에 따르면, 공주보를 해체하면 수질과 생태는 ‘개선’되는 반면, 이수(利水) 즉 물을 이용할 수 있는 여지는 ‘악화’하는 것으로 나온다. 농업용수 부족을 정부가 예상하지 못하는 건 아닌 셈이다. 그런데도 기획위는 "해체에 따른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축산 농가도 걱정이 크다. 공주보 인근 우성면 방문리에서 2200평 규모의 축사에서 소를 키우는 유병주씨는 "소 600마리를 키우는 데 매일 물 6톤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7월부터 눈비가 안 왔지만 공주보가 있어서 무사히 소를 키워왔다"고 했다. "그런 소중한 보를 해체한다니…"

22일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홍종호, 홍정기 공동위원장이 서울 정부청사 별관에서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공주시 주민 90%가 공주보 해체를 반대하는데, 주민들의 의견은 배제한 채 ‘흐르는 물을 복원시키겠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짜 맞춰 낸 결정"이라며 "4대강 보 운영과 관련된 평가는 기획위원회를 다시 구성해서 재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공주시 측은 "(기획위가) 건의한 공도교 유지를 반영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겨울가뭄이 지속됨에 따라 지역 농민들의 농업용수 확보 걱정을 해소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명확한 대책이 반드시 수립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수문(水門)이 모두 열린 공주보 모습. /신현종 기자
◇ 환경단체 ‘환영’… 지역민 "수질 걱정되면 공장 오폐수부터 해결하라"
환경단체들은 공주보 해체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성명을 통해 "금강 세종보와 공주보 철거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보 철거는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금강의 5개 광역시도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연대기구 금강유역환경회의도 "이번 결정이 자연성 회복을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며 "추가 모니터링을 진행하기로 한 백제보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해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반대했던 ‘공주보 철거 반대 추진위원회’는 대규모 투쟁을 예고했다. 정 의원은 "오는 26일 4대강 보 해체 대책특별위원회를 1차 소집할 예정"이라며 "전문가들과의 토론회를 통해 이번 정부의 결정이 오류이고,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릴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공주 지역 11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공주보 철거 반대 투쟁위원회 지도부 20여 명은 환경부를 방문해 공주보 해체 결정에 항의했다. 이들은 지난 11일부터 받아온 공주보 철거 반대 서명부 일부를 환경부에 전달하고, ‘공주보 해체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획위 방안은 오는 6월 시행되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구성될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상정돼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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