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WMD·미사일 동결” 언급…'핵 담판' 목표 낮추나

입력 2019.02.22 17:18

미 정부 고위당국자 21일 전화브리핑에서 WMD 동결 언급
비핵화 초기 과정으로서 ‘동결’ 필요성 인식
‘완전폐기’에서 ‘동결’ 수준으로 정상회담 목표 낮춘 것이라는 분석도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조선중앙통신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21일(현지시각)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화 브리핑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비핵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 공유 증진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로드맵 작성 협력을 제시했다. 그는 이 의제에 대해 "비건 대표가 지난달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제시한 우선 순위의 일부"라고 했다.

그런데 이 중 ‘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은 비건 대표가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밝히지 않은 내용이다. 비건 대표는 당시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영변을 넘어서는 북한의 플루토늄 및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 → 핵 관련 포괄적 신고 및 해외 전문가들의 사찰·검증 → 핵분열성 물질과 무기, 미사일, 발사대 및 다른 WMD에 대한 제거 및 파괴'를 비핵화 로드맵으로 제시했다.

미 고위 당국자가 언론 브리핑에서 ‘미사일 동결(freeze)’이라는 표현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실무협상에서 이 내용이 다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 고위 당국자의 ‘동결’ 발언이 나온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모든 WMD 폐기로 가기 위한 시작 단계로서의 ‘동결이란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완전 폐기’에서 ‘동결’ 수준으로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 안팎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집권 1기엔 ‘핵 동결’을 목표로 잡고, 집권 2기에 ‘핵 폐기’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나는 (비핵화)속도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 우리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 아니냐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6·12 싱가포르 합의가 나왔을 때만 해도 미국은 비핵화 프로세스가 급진전할 것으로 보고 동결 단계를 설정하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비핵화 과정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핵 프로그램 동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폐기를 목표로 하다가 핵 기술 고도화와 보유량이 늘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38노스의 조엘 위트 대표도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북한 비핵화 과정이 ‘동결(freeze)’로 표현되는 데 대한 한국의 우려를 이해한다"면서 "(동결은) 북한의 핵무기 비축 중단을 위한 핵물질 생산의 검증 가능한 종말"이라고 했다.

미국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기대치를 ‘완전 폐기’에서 ‘동결’로 하향 조정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 고위당국자의 동결 발언은)북한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카드로 동결과 폐기가 거론됐는데, 지금은 폐기가 어렵다는 의미"라며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찰과 검증"이라며 "동결에 대한 사찰·검증으로는 북한의 핵전력에 대한 완전한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우려하던 ‘스몰딜’ 수준으로 합의가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단 미국 측은 비핵화 협상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점진적인 조치를 기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매우 신속하고 큰 걸음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발언한 의미에 대해선 "‘서두르지 않는다’는 발언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우리에게 최대한 진전을 이루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했는지 아직 모르겠다"면서 "우리가 북한과 상대하는 이유는 비핵화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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