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환경부 블랙리스트'엔 임원들 정치 성향 세세히 기록 "靑이 작성 지시했다고 들어"

입력 2019.02.22 03:17

검찰 내부 "이번 사건 스모킹건 청와대 수사 불가피한 상황"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청와대를 겨누기 시작했다. 전(前)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받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진술과 물증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블랙리스트 추정 문건'을 찾아내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검찰이 지난달 환경부를 압수 수색하면서 찾아낸 것이다. 검찰이 이 문건에 주목하는 건 내용과 작성 시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운영지원과에서 작성한 이 문건엔 산하기관 임원들 이름과 남은 임기, 정치적 성향, 비위 의혹이 적혀 있고 그들 자리에 청와대가 어떤 사람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수사관이 환경부 감사관실에서 받았다고 폭로한 문건보다 훨씬 상세하고 구체적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블랙리스트로 판단될 소지가 크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이 작성된 시기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취임(2017년 7월) 직후로 현 정권 출범 약 두세 달 뒤다. 검찰은 청와대 지시가 없었다면 김 전 장관이 취임 초기부터 이런 문건을 만들라고 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가 정권 초반부터 청와대와 조율하에 친(親)여권 인사들의 자리 확보를 위한 작업을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전 수사관이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은 작년 1월 작성된 것이다. 검찰은 이 문건이 김 전 장관 취임 직후 만든 문건의 후속 작업의 일환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문건 작성과 관련해 환경부 직원들로부터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고 들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이 문건이 청와대 개입 의혹을 밝혀줄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런 식으로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와 '제 사람 심기'가 이뤄진 게 사실이라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에게 보장된 임기 전에 사퇴를 압박하는 데 개입했다면 직권남용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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