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영웅'… 그날의 안중근보다 나이 더 먹었네요

조선일보
  • 양승주 기자
    입력 2019.02.22 03:00

    정성화,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다룬 뮤지컬 '영웅'서 2009년부터 주연

    배우 정성화
    /장련성 객원기자
    "10년째 한 배역을 맡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죠. 특히 그 사람이 온 국민이 존경하는 '영웅 안중근'이잖아요. 한 가지 걱정이라면 의거 당시 서른한 살이었던 안 의사에 비해 제 나이가 너무 많이 들었다는 겁니다(웃음)."

    올해도 '영웅'은 이 남자, 배우 정성화(44)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창작 뮤지컬 '영웅'에 2009년 초연부터 꾸준히 출연한 덕에 '정중근' '안중근 장인(匠人)'으로 불린다. 다음 달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영웅' 10주년 공연에서도 배우 양준모와 함께 안중근을 맡는다. 공연을 앞두고 만난 정성화는 "300번 넘게 공연했지만 안중근은 여전히 어렵고 무거운 역할"이라며 "'지난번보다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영웅'은 국내 창작 뮤지컬계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처음 무대에 오른 뒤 한국뮤지컬대상을 비롯한 뮤지컬 시상식 총 18개 부문을 수상해 창작 단일 작품으로는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미국 뉴욕(2011), 중국 하얼빈(2015)에서도 공연했다. 1909년 안 의사가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을 잘라 그 피로 '대한독립(大韓獨立)' 네 글자를 남긴 '단지(斷指) 동맹'으로 시작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수감돼 순국하기까지 1년간의 여정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뮤지컬 '영웅'에서 사형을 앞둔 안중근(정성화)이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나라 위해 몸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라는 글을 남기는 장면.
    뮤지컬 '영웅'에서 사형을 앞둔 안중근(정성화)이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나라 위해 몸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라는 글을 남기는 장면. /에이콤

    정성화에게도 '영웅'의 의미는 남다르다. SBS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2004년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그는 2007년 '맨 오브 라만차' 돈키호테 역에 톱스타 조승우와 더블 캐스팅되며 뮤지컬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다음 만난 작품이 '영웅'이다. "'맨 오브 라만차' 후에도 여전히 '개그맨 출신이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시선이 있었어요. 확실한 방점이 필요했죠. 오디션 소식을 듣고 작은 오피스텔을 석 달간 빌려 안 의사가 걷는 모습부터 노래의 기승전결까지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쩌렁쩌렁한 발성과 섬세한 연기로 안중근의 영웅적 면모는 물론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도 호소력 있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이듬해 더 뮤지컬 어워즈와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첫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정성화는 "처음으로 내 공연이 전석 매진된 것도 바로 '영웅' 때였다"고 했다.

    이후 '레미제라블' '킹키부츠' '팬텀' 등 대형 뮤지컬의 주인공을 꿰차며 훨훨 날았다. 티켓 파워 1위 기록도 수차례 세웠다. 그럼에도 가장 먼저 연습실에 나와 연습하고, 발성 수업을 받는다. "갈 길이 한참 남았으니 나태해질 수가 없어요."

    차기작으로 하고 싶은 장르로는 '코믹'을 꼽았다. "최근 '팬텀'에 이어 '영웅'까지 멋있는 역할만 연달아 하니까 웃기고 싶어 죽겠어요.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두렵기도 하고요. 배우가 무대에 올랐을 때 어떻게 연기할지 빤히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밟고 싶어요. 역할이 무겁든 유쾌하든!" 4월 21일까지. (02)2250-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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