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4개 과기원인 카이스트(대전)·지스트(광주)·유니스트(울산)·디지스트(대구)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우선은 '공동 사무국'을 만들어 운영하지만, 이후 이사회를 통합해 '하나의 대학'으로 만드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과학기술정통부 등에 따르면, 과기부와 4개 과기원은 오는 25일 '4차 인재위원회'를 열고 '과기원 공동 사무국 운영 방안'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 후 통과시킬 예정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4개 과기원을 운영하는 '공동 사무국'을 카이스트 캠퍼스에 세울 계획"이라며 "이르면 3월, 늦어도 올 상반기 사무국 문을 연다"고 했다.
'공동 사무국'에서는 4개 과기원 간 연구시설 공유, 중복 연구 조정, 과기원별 중점 연구 분야 결정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초대 사무국장은 카이스트에서 맡는다. 한 과기원 관계자는 "비슷한 목적으로 세워진 과기원들이 여러 곳 생기면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고, 비슷한 연구가 중복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면서 "과기원의 역할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의미에서 공동 사무국을 출범시킨다"고 했다.
국내 과기원은 1971년 카이스트가 개교한 이후 지스트(1995년), 디지스트(2004년), 유니스트(2009년) 등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모두 '한국의 MIT'를 표방하며 개원했지만, 학교별로 이사회가 다르고 정부 예산도 별도로 받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이 4대 과기원 통합 필요성을 제시하자, 과기부는 과기원 통합 검토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달 과기부는 '과기원 통합 필요성 검토안'과 '통합 이사회 추진 방향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검토 중인 방안은 4개 과학원을 통합해 '하나의 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지스트는 '카이스트 광주캠퍼스', 유니스트는 '카이스트 울산캠퍼스', 디지스트는 '카이스트 대구경북캠퍼스'가 되는 식이다. 한 과기원 관계자는 "23개 캠퍼스가 있는 인도공과대(IIT)와 비슷한 모델"이라고 했다. 학교를 통합하면 연간 예산이 1조5000억원에 이르러 시너지도 볼 수 있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지역별 이해관계가 다르고 예산 배분, 주력 연구 분야 결정 등을 놓고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합 과기원 법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과기부 관계자는 "우선은 공동 사무국을 운영하면서 효과를 검증하고, 여론을 들어가며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