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변시 낭인' 양산, 합격률 높여라" 로스쿨생들, 靑 앞 거리시위

입력 2019.02.18 19:04 | 수정 2019.02.19 17:13

‘87%→49%’ 변호사 시험 합격률 추락
로스쿨 학생 "‘고시 낭인’ 대신 ‘변시 낭인’ 만든다"
법학협 "합격률 기준, 로스쿨 정원 아닌 응시자로 바꿔야"
변협 "지금도 많다. 오히려 줄여야"… 법무부는 ‘신중’

전국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18일 "40%대까지 떨어진 변호사시험(변시) 합격률을 75%까지 올려달라"며 청와대 인근에서 거리 시위를 했다.

전국 25개 로스쿨 재학생·졸업생으로 구성된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법학협)’ 소속 회원 300여 명은 이날 청와대 인근 효자동치안센터 앞에서 ‘총궐기 대회’를 열고 "변시 합격률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학생들이 특성화된 법조인 양성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시험 공부에만 매몰돼 가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무늬만 로스쿨, 현실은 고시학원!" "늘어나는 ‘변시 낭인’(浪人) 법무부는 책임져라!" 등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에서 광화문광장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변시 낭인’은 변시에 떨어져 시험을 거듭 다시 봐야 하는 학생들을 의미한다.

법학협은 이날 청와대에 "변시 합격자를 로스쿨 정원 75%가 아닌 응시자 대비 75% 이상으로 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또 국회에 로스쿨 관련 법 개정안을 입법 청원하기로 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로스쿨 재학생 300여명이 ‘변호사 시험 정상화’를 주장했다. /권오은 기자
◇변시 합격률 ‘87%→49%’ 급락… "변시 낭인 양산"
로스쿨 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변시 합격률이 매년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변시가 치러진 2012년엔 합격률이 87%에 달했다. 하지만 2013년 75%→2014년 67%→2015년 61%→2016년 55%→2017년 51%로 매년 급감했다. 결국 지난해에는 49%까지 떨어져 응시자 중 절반도 합격하지 못했다.

합격률이 떨어지는 것은 ‘변시 정원제’ 때문이다. 법무부는 2009년 3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서 변시 합격자 수를 로스쿨 입학정원의 ‘75%’로 정했다. 이 때문에 합격 인원수는 1500명 안팎으로 고정됐다. 하지만 로스쿨을 졸업하면 최대 5번까지 변시를 치를 수 있기 때문에 재수·삼수를 하는 응시자가 점점 늘어 합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1회 변시 응시자는 1665명이었지만, 지난달 치러진 2019년(8회) 변시 응시자는 두 배인 3330명까지 늘었다.

법학협은 올해 변시에서 합격률을 조정하지 않으면 합격률이 45%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석훈 법학협 회장은 "법무부가 ‘사법고시 낭인’을 없애겠다며 로스쿨을 도입했는데, 이제는 ‘변시 낭인’을 양산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합격률을 응시자의 75%로 높이면 올해에만 2500명에 가까운 변호사가 나온다.

변시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합격점수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1회 변시 때는 1660점 만점에 720점만 받아도 변호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7회 변시 때는 합격점수가 881.9점으로 22.49%(161.9점) 올랐다. 법학협은 "응시자 규모가 역대 최대인 올해는 합격점수가 900점을 넘길 것"이라며 "로스쿨 1기 졸업생은 720점을 받고도 문제 없이 변호사로 일하는 반면, 지금 로스쿨 재학생들은 입학이 늦었다는 이유 하나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협 "변시 합격자수 줄여야" 반박…법무부는 ‘신중’
하지만 법조계에선 오히려 변시 합격자를 줄여야 한다는 반박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공식 입장문에서 "지금 같은 추세로 변호사 숫자가 늘어날 경우, 현재 2만5000명 안팎인 등록 변호사 수가 2022년이면 3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변시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변협 관계자는 "정부가 법률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변호사 숫자만 늘리면서 법조계가 이미 무한경쟁에 돌입했다"며 "향후 5년간 변시 합격자 수를 100명씩 줄여, 연간 배출 변호사 수를 1000명 수준으로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변시 합격률을 놓고 ‘예비 변호사’(변시생)와 현직 변호사 사이에 갈등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무부는 변시 합격률 조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변시 합격률은 입학정원 대비 75%를 원칙으로 결정해왔다"며 "변시 합격률 조정은 법조인력 수급현황 등을 면밀히 고려해 판단하겠다. 갑작스러운 조정은 원칙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이날 집회 반대편에선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이종배 대표가 "사법시험 부활하라!"며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18일 오후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이종배 대표가 로스쿨 학생들 집회 맞은 편에서 사법시험 부활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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