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심한 질책 듣고 10분 뒤 쓰러져 숨진 작업반장...法 "업무상 재해"

입력 2019.02.17 12:19

서울고등법원이 있는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조선DB
법원이 공사 진행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사업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고 10분 뒤 쓰러져 이튿날 뇌출혈으로 사망한 공사현장 작업반장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고법 행정5부(재판장 배광국)는 숨진 작업반장 A씨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유족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월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작업반장으로 일했다. 그는 사고 당일 공사 사업주 B씨로부터 "반장이라는 사람이 무슨 작업을 이따위로 하느냐"는 질책을 들었다. 일 진행이 느리다는 이유였다. 그는 질책을 받고 10분 뒤 천공(穿孔·구멍 뚫기) 작업을 하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출혈 등으로 이틀 만에 숨졌다.

A씨 유족은 "평소보다 심한 질책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사망한 것은 평소 앓고 있던 뇌동맥류 등 지병 때문이고, 업무로 인한 만성 과로나 업무환경 변화 등이 없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거절했다.

1심은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은 "평소보다 심한 질책을 당하긴 했으나 인격적 모욕에까지 이르지는 않았고, 질책 직후 바로 작업에 착수한 점을 보면 평정심을 잃고 혈압이 급격히 상승할 정도로 돌발적인 흥분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A씨는 질책을 받은 지 불과 10분 후 쪼그려 앉아 천공작업을 하다가 실신했는데, 질책과 사고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매우 짧다"면서 "업무상 스트레스로 기존의 뇌동맥류가 자연적인 진행 경과 이상으로 악화해 파열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A씨는 오랜 경력을 가진 숙련공으로 공사현장에서 작업 진행과 관련한 사업주의 독려와 질책에 익숙했을 것"이라며 "사업주 B씨도 평소보다 심하게 꾸중했다고 인정하는 등 공사현장에서 일반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보다 상당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추인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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