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전략회의에서 "국민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 어떤 불공정이나 부조리도 용납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면서 "우리 정부 들어 국정원, 검찰, 경찰에서 과거처럼 크게 비난받는 권력형 비리, 정경 유착 비리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쳇말로 유체 이탈 화법이 이런 것인 모양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과 대선 여론 조작을 공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경찰은 김 지사의 휴대폰 및 통신 내역에 대한 압수수색을 몇 달 동안이나 미뤄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애초에 사건 기소도 하지 않았던 검찰은 경찰이 뒤늦게 청구한 영장도 수사 미비를 핑계 삼아 기각했다. 재판에선 기본적인 질문에도 대답 못 하는 허술한 준비로 판사의 질책을 받았다. 특검이 아니었으면 대선 댓글 조작은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이것은 이 정권에서 권력기관이 대통령의 충견이 돼 반칙을 일삼은 극히 일부의 예에 불과하다.

이 정권의 경찰은 지방선거에서 야당 후보들이 공천을 받으면 바로 그날 주변을 압수수색했다. 지방경찰청장은 그 야당 후보와 경쟁하는 여당 후보를 먼저 만나기도 했다. 야당 비대위원장이 취임한 날 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흘렸다. 검찰 고위직 비위 첩보를 받은 청와대 비서관이 바로 그 검찰 고위직에게 이를 알려주는 황당한 일에도 대통령은 모른 척했다.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었을 권력기관의 치졸한 행태가 연속으로 벌어지고 내로남불의 도덕적 해이가 청와대에서 빈발해도 대통령은 '한 건도 없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 인사들엔 한없이 관대한 검경은 반대편 사람들에 대해선 잔인할 정도로 가혹하다. 벌써 4명이 검찰 수사와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관진 전 안보실장은 모두 여섯 가지 혐의에 대한 인간 사냥을 당하고 있다. 전임 두 정권에서 일한 공직자 중 100명 넘는 인원이 구속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이 '직권남용'이라는 자의적 혐의다. 이 직권남용의 잣대로 현 정권의 문제를 조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나.

문 대통령이 말한 권력기관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같은 제도 변경 역시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검경 개혁의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아무리 그런 제도가 도입돼도 대통령이 검경을 사냥개로 부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문 대통령이 정말 검경 개혁을 바라면 당장 검경 인사권을 내려놓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