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반려견도 주민등록 필요"… '강아지 공장' 유통구조 혁신 나선 청년

조선일보
  • 안영 기자
    입력 2019.02.16 03:00

    '페오펫' 최현일 대표

    펫 데이터 종합 기업 ‘페오펫’ 최현일 대표가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회사 로고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서 있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달 11일 동물권 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4년에 걸쳐 구조견 250여 마리를 안락사시켜 논란이 일었다. '대량 살처분'이라는 비난과 '인도적 안락사'라는 반론이 대립했다. 지난 13일에는 식분증(배설물을 먹는 병) 증세를 보이는 생후 3개월 몰티즈를 집어던져 살해한 이모(여·29)씨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동물권'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간에 준해 동물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움직임이다. 최근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동물 등록이 의무화됐다.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신고 해야 하듯 반려동물도 등록해야 한다. 이 추세에 발맞춰 온라인 반려견 등록 서비스를 시작하고 전문 브리더(좋은 혈통의 견종을 번식시키는 전문 사육인) 중개 사업을 시작한 청년이 있다. 펫 데이터 종합 기업 '페오펫' 최현일(27) 대표. 최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하는 일이 생소하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건가.

    "'모바일 1분 간편등록 서비스'를 한다. 2014년부터 '반려동물등록제'가 의무화됐는데 등록 과정이 복잡해 등록률이 낮았다. 2018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662만 마리 중 20% 정도인 115만 마리만 등록된 상태였다. 절차가 번거로워서였다. 모바일로 간편할 수 있도록 간소화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브리더를 입양자와 연결하는 사업도 하던데.

    "'강아지 공장-경매장-애견숍'으로 이어지는 입양 구조를 개선하고 싶었다. 이 구조에선 강아지를 물건처럼 생산하고 판매한다. 동물 권리는 뒷전이 된다. 그래서 전문 브리더가 사육한 강아지를 입양자들에게 중개해 보기로 했다."

    ―어떤 계기로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나.

    "원래 패션업계에서 일했다. 우연한 기회에 독일소프트웨어회사 SAP에서 하는 창업 프로젝트에 참가했다가 강아지 공장에 갈 기회가 있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더라. 그때부터 1년간 전국의 강아지 공장을 답사했다. 얼추 10만㎞ 이동했다."

    ―뭐가 그리 참담했는가.

    "처음 가본 공장은 경기도 동두천에 있었다. 공장 내부에 들어가 보겠다 하면 관계자가 막더라. 개가 짖을 거다, 처음이니까 소독을 해야 한다고 핑계를 댔다. 계속 조르니 마지못해 들여보내줬는데 휴대전화나 장비, 가방 없이 빈손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공장 문을 여니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강아지들 눈이 풀려 있었다. 경매장도 돌았다."

    ―경매장은 사정이 낫던가.

    "강아지가 2개월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애견숍까지 유통된다. 2개월이 지나 2차 예방접종까지 하고 유통이 되면 그나마 괜찮은데, 아직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1개월짜리 강아지도 유통된다. 윤리적으로도 문제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 이 강아지가 어떤 병균을 가졌는지 모르는 상태인 거다. 그래서 입양 후 '강아지가 죽어간다, 이거 사기 같다'는 불만이 많이 접수된다."

    ―전문 브리더가 왜 중요한가.

    "미국과 독일에서 연수할 기회가 있었는데 반려견 문화가 참 달랐다. '애견숍' 문화가 없었다. 강아지를 동등한 인격체로 보고, 감정만 앞서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관리하더라. 강아지는 인간보다 훨씬 부모 유전자가 중요하다. 특정 형질은 고정돼서 후손에게 계속 전해지기도 한다. 선진국에선 그만큼 강아지에 대한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더라. 사전 지식 없이는 강아지를 분양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에 그런 문화가 생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브리더 견사에서 지냈다던데.

    "1년 정도 주말마다 견사에 찾아가 숙식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브리더들의 사육 방식을 꼼꼼히 모니터링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함께 견사를 치우고, 먹이를 주고, 강아지 품종을 공부했다. 교배 전후 케어에 대해서도 관찰했다. 전반적인 사육 과정들을 직접 겪어봤다."

    ―느낀 점이 있다면.

    "브리더 일은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다. 한 마리를 온전히 사육하는 데 200만~300만원 정도 든다. 강아지를 하루 종일 들여다봐야 해서 개인 시간도 별로 없다. 동물을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정성을 기울일 수가 없다. 희생과 장인 정신을 배웠다. 브리더들은 좋은 혈통의 건강한 강아지의 탄생과 사육을 책임지는 데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최 대표는 "강아지를 유통기한 있는 소모품처럼 쇼핑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계획 없이 귀여워서 충동 구매하고, 가성비를 따지다 보면 강아지를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 반려동물은 어떻게 데려와야 하는 걸까. "무턱대고 사지 말고 한 달 정도 브리더의 사육장을 꾸준히 방문해서 강아지의 사회화 과정을 함께해보세요. 부모견을 직접 확인하고, 아기 강아지의 살 냄새를 맡고 잠깐이라도 커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애착 관계가 생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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