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사고치는 美민주당 '샛별 3인방'

조선일보
입력 2019.02.15 03:23

급진 사회주의 내건 코르테스, '反유대주의' 건드린 오마르, '트럼프는 개자식' 욕한 틀라입
NYT "보수진영에 실탄 주는 셈"

미국 민주당의 스타 초선 의원들이 '반(反)트럼프 전선'을 너무 앞세우다 잇따라 자폭형 사고를 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에선 당에 활기를 줄 것으로 기대한 초선들의 설익은 급진적 진보주의로 중도층 포용을 통한 집권 전략이 흔들릴까 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공화당엔 요즘 새로운 '악의 축 3인방'이 떠올랐다. 지난 1월 연방의회에 화려하게 입성한 민주당 소속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29·뉴욕)와 일한 오마르(37·미네소타), 라시다 틀라입(42·미시간) 하원의원이다. 모두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독특한 경력과 화력으로 파란을 일으킨 여성 초선들이다. 폴리티코는 "보수 진영은 작년까진 민주당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를 공격해도 효과를 못 봤는데, 올해 3인방은 때릴 데가 너무 많아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라고 했다.

오마르 의원은 지난 11일 "유대계 로비 단체들이 이스라엘 국가 건립을 위해 보수 정당에 돈을 뿌리고 있다"고 말해 미국을 발칵 뒤집었다. 그는 소말리아 난민 출신이자 사상 첫 무슬림 여성 의원이다.

지난해 미 중간선거에서 전국적 인기를 끌며 당선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등원 한 달여 만에 과격한 정책과 발언 논란으로 민주당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29·뉴욕) 하원의원, 일한 오마르(37·미네소타) 하원의원, 라시다 틀라입(42·미시간) 하원의원.
지난해 미 중간선거에서 전국적 인기를 끌며 당선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등원 한 달여 만에 과격한 정책과 발언 논란으로 민주당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29·뉴욕) 하원의원, 일한 오마르(37·미네소타) 하원의원, 라시다 틀라입(42·미시간) 하원의원. /AP·로이터 연합뉴스
이 발언은 유대계 파워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 각계각층의 역린을 건드렸다. '유대인이 돈으로 나라를 산다'는 것은 미국이 터부시하는 반(反)유대주의 이론의 핵심이다. 또 기업인 조지 소로스 등 유대계의 후원은 진보 진영에도 중요한 자산이다. 여론이 험악해지자 민주당 지도부가 긴급 성명을 내 "반유대주의적 폭언을 규탄한다"며 소속 의원을 공개 질책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결국 오마르는 "반유대주의 역사를 잘 몰랐다"며 사과했다.

거침없는 언행으로 폭발적 인기를 끈 최연소 의원 오카시오-코르테스도 불과 한 달여 만에 온갖 구설의 종합판이 됐다. 그는 '사회주의자'를 자칭하며 부유층 소득세 70% 부과 주장으로 재계를 놀라게 했다. 푸에르토리코 이민 2세인 그는 남미 불법이민자 단속에 대해 "나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온 유대인들은 왜 단속 안 했느냐"고 일갈해 '홀로코스트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최근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란 대규모 국가 투자 법안을 발표했는데, '10년 내 국내 모든 건물의 에너지원을 바꿔 탄소 배출을 제로화한다' '구직 의욕이 없는 이에게도 일자리를 주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보장한다' '화석 연료를 쓰는 비행기 운행을 친환경 전기 고속철로 전면 교체한다' 같은 내용이었다. 이에 "미 GDP 3분의 1을 쏟아부어야 할 규모" "하와이 주민은 (비행기로) 본토에 오지 말란 거냐"는 조롱이 쏟아지자 그는 보좌진을 시켜 "초안이 잘못 유출됐다"며 물러섰다.

팔레스타인 난민 2세인 틀라입 의원은 1월 3일 첫 등원 선서 직후 "트럼프란 개자식(motherfucker)을 탄핵하러 왔다. 어린 아들에게도 약속했다"고 외쳐 논란이 됐다. 공화당은 "뮬러 특검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이 정치 탄핵을 기획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고, 여성계에서도 "상스러운 욕을 트럼프에게 배웠느냐"는 성토가 나왔다.

이들의 언행이 문제가 된 것은 이 초선들이 벌써 민주당의 좌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젊은 진보 유권자의 반트럼프 정서가 강해지는 반면, 민주당 지도부나 대선 주자들의 존재감이 약한 탓에 이런 급진적 새내기들이 당을 과도하게 대표하면서 보수 진영에 실탄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5일 트럼프가 연두교서 때 초선 의원들을 겨냥해 "미국이 사회주의가 될 순 없다"고 하자 야당의 일부 다선 의원이 기립 박수를 쳐 당내 분열이 표출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극우 포퓰리스트와 똑같이 행동하는 정신 나간 좌파(loony left)들이 민주당을 공중납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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