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 미술 시장 대세는 小品

조선일보
입력 2019.02.15 03:02

중소 화랑 찾는 발걸음 줄자 크기·가격 낮춰 시장 활성화

작은 것이 맵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23일까지 열리는 '이원희―설산 소품 100선'은 전부 캔버스 크기 6호(40.9×27.3㎝)짜리 유화로 채워졌다. 인물화로 유명한 이원희 화가가 정선·안동 등의 설경을 옮긴 일련의 그림 98점은 각 300만원으로 맞췄는데, 지난 13일 개막 후 41점이 새 주인을 찾아갔다. 노승진 대표는 "크기와 가격을 낮춰 화랑의 문턱도 함께 낮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4월엔 이동재·윤병락 등 중진 화가 10명의 작은 그림을 200만원으로 통일한 기획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태권브이 얼굴에 추리닝 차림 백수를 묘사한 성태진 작가의 회화 시리즈. 3~15호 크기 소품으로, 가격은 150만~700만원에 책정됐다.
태권브이 얼굴에 추리닝 차림 백수를 묘사한 성태진 작가의 회화 시리즈. 3~15호 크기 소품으로, 가격은 150만~700만원에 책정됐다. /갤러리조은
작은 그림, 이른바 소품(小品)을 내세운 화랑 전시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한남동 갤러리조은이 20일까지 개최하는 '소품락희'전은 김창열·김덕용 등 유명 작가의 50여 작품으로 구성됐다. 전시 제목처럼 대개 6~10호 크기 소품이고, 이 중 40여 점이 팔렸다. 전시도 한 달 연장됐다. 수묵화 기획전 '해돋이'전을 지난달 연 서울 인사동 윤갤러리는 6~8호 소품 23점을 30만원으로 일괄 책정했다. 그림은 3일 만에 모두 팔렸는데, 전시 부제가 '먼저 본 사람이 임자'였다. 윤용철 대표는 "그림은 일단 보여야 하고 팔려야 하는데 소형 화랑을 찾는 발걸음은 계속 줄고 있다"며 "작은 그림이어도 집에 걸어놓고 자꾸 보면 미술품 구매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했다. 5월에는 산사(山寺)를 주제로 한 소품전을 기획 중이다.

소품 전시는 '1가구 1그림'을 위한 전략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 작품 거래 평균가는 2017년 기준 1385만원. 이보다 훨씬 '착한' 가격에 그림을 공급해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까지 대구현대미술가협회가 모든 작품을 A4 용지 사이즈로 제작해 최대 100만원에 기획한 '함께하는 A4전'도 같은 맥락이다. 미술품 소비 활성화를 위해 법도 바뀌는 추세. 문체부는 지난 12일부터 기업의 미술품 구입 비용(100만원 이하)을 문화접대비 대상에 포함하고, 전시 목적의 미술품 구입 시 경비로 처리할 수 있는 한도 금액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리는 세제 개선안을 시행했다.

경매사도 나섰다. 서울옥션은 초보 컬렉터를 위한 소품 위주의 경매 '마이 퍼스트 컬렉션'을 지난달 열었다. 직장인 컬렉터들의 응찰 경쟁으로 낙찰률은 작년 평균치(55%)를 훌쩍 넘겨 71%까지 올라갔다. 에이옥션은 사석원·이왈종·변시지 등 근현대 작가의 그림을 최저가 10만원부터 응찰할 수 있는 소품 특별 온라인 경매를 21일까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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