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방위비 5억달러 인상' 발언, 고의 or 착오?

입력 2019.02.13 17:03

① 한국 방위비 분담금을 계속 늘리겠다는 압박
② 숫자에 약한 트럼프, 이번에도 수치 잘못 파악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올해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가서명한지 이틀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분담금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5억달러 더 내기로 합의했다"면서 "앞으로 몇년에 걸쳐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10일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가서명했다. 이 협정에서 한국 정부가 내는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1조389억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9602억원)보다 8.2(787억원)% 오른 금액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5억달러(5600억원)를 올렸다’라고 말한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 트럼프 발언, 향후 5년간 5억달러 올리겠단 의지 표명

우선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관련 발언을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압박 카드로 보는 시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이 지불할 방위비 분담금은)앞으로 몇 년에 걸쳐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작년보다 8.2% 인상됐다. 8.2%라는 수치는 전년 대비 올해 한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을 반영한 것이다. 향후 진행될 협상에서 미국이 매년 8.2% 인상을 요구하면 2020년엔 1조1240억원, 2021년엔 1조2162억원, 2022년엔 1조3159억원, 2023년엔 1조4239억원이 된다. 이럴 경우 2023년 한국 분담금은 2018년(9602억원)에서 4600억원이 오르게 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5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이 올해 시작할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 협상에서 더 높은 인상률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우리가 낼 방위비 분담 규모는 더 커지게 된다.

매년 협상 때마다 분담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청와대와 외교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협상은 기한을 1년으로 하고 양쪽의 서면 합의로 1년을 연장하도록 돼있다"면서 "분담금 인상을 기정사실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쪽이 인상 필요성 여부를 검토하고 합의해서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국이) 합의한 (분담금) 액수는 분명히 1조389억원"이라고 했다.

◇ 숫자에 약한 트럼프, 이번에도 틀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5억달러’ 발언을 두고 그가 수치를 잘못 안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참모의 보고를 오해했거나 잘못된 데이터가 입력돼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우리가 (한국) 방위에 매년 50억달러를 쓰는데 한국은 약 5억달러를 내왔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지난해 낸 분담금은 9602억원으로, 미화로는 8억5000만달러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5억달러로 알고 있었다면, 이번에 합의한 1조389억원(9억3000만달러)을 이전보다 5억달러 오른 금액이라고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틀리게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엔 "35억달러나 들여 주한미군 2만8500명을 주둔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가 이날 회의에선 ‘주한미군 주둔에 50억달러가 든다’고 했다. 둘 다 잘못된 수치다.

실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17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2016년 미국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2015년 한국이 낸 분담금은 8억800만 달러"라면서 "주한미군 전체 주둔비용의 50%에 해당한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비용은 부풀리고, 한국의 분담금은 크게 줄여 말한 것은 자신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 국민 중 SMA 협정에 관심이 있거나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라면서 "일반 대중들은 ‘5억달러 받던 것을 이제 10억달러로 올려 받는다’로 받아 들이고 트럼프의 성과로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연구소장은 "참모들의 보고 과정에서 복잡한 이야기나 숫자가 오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방위비 분담금을 계속 올리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성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계획에 대응한 한국 정부의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양보할 수 있는 분야에선 양보하되 우리가 얻을 것은 확실히 찾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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