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꽁초 줍고 전깃불 끄는 '세금 일자리'로 고용 참사 못 막는다

조선일보
입력 2019.02.13 03:18

지난해 말 정부가 급조한 단기 일자리 '전통시장 안전·환경지킴이'는 일주일에 이틀, 하루에 8시간씩 어깨에 띠 두르고 길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줍거나 시장통을 어슬렁거린 대가로 월 85만4400원을 받는다. 시장 271곳에 925명이 배치돼 인건비 23억원이 들어갔다.

전국의 국립대는 불 켜진 빈 강의실의 소등을 담당하는 '에너지 절약 도우미' 1243개를 급조했다. 한 달에 20여 일 출근해 두 시간마다 빈 강의실의 불을 끄러 돌아다니면 한 달에 32만원씩 받는다. 총 8억원의 인건비가 지급됐다. 폐비닐 등 농촌 폐기물 수거처리 요원 5564명에겐 185억원의 인건비를 지급했고, 어촌 그물·어구 수거하는 750개의 일자리엔 20억이 들었다. 산불 방지를 위해 낙엽을 제거한다며 16억원을 들여 166명을 채용했고, 도로 포장 상태와 교통 안전 시설 실태조사를 한다면서 68억원을 들여 2028명을 채용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방지를 위한 철새 도래지 감시를 한다는 명목으로 2585명을 채용해 30억원의 인건비를 썼다.

이런 일자리는 대부분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위기에 몰리자 무리하게 쥐어짜 낸 단기 일자리다. 기획재정부가 각 공공기관에 공문을 보내 "청와대 지시"라며 채용을 독촉했다. 대부분 채용 기간이 3개월도 안 되는 일용 임시직 5만여 개를 만든다고 1200억원 이상을 썼다.

이 대책이 시행된 뒤 취업자 수가 반짝 늘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작년 11월 취업자 증가폭은 전년 대비 16만5000명으로 급증했다가 12월에는 다시 3만4000명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주 36시간 이상 안정된 일자리는 72만개 줄어든 반면 주 36시간 미만만 80만명 늘어났다. 기업이 돈 벌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정책 기조 전환이 없이 꽁초 줍고 전깃불 끄는 일자리를 세금으로 만들어 본들 고용 참사는 계속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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