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中 통신장비 이어 지하철도 '안보 우려' 고조

입력 2019.02.12 16:53

미국 행정부가 화웨이 사태 등으로 안보 문제와 관련해 대중(對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국영 열차 제조업체가 미국 지하철 시장 입찰에 적극 참여하며 미 당국의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국영 열차 제조업체인 중국중차(CRRC) 관계자 11명이 지난달 열린 10억달러 상당의 차세대 철도 차량 국제 입찰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행사에는 한국의 현대로템, 프랑스 알스톰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CRRC는 미국 내 지하철 차량 입찰 과정에 적극 참여해왔다. 2014년부터 진행된 미국 시카고,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의 지하철 차량 입찰 5건에서 CRRC는 파격적인 저가 공세로 무려 4건을 수주했다. 최근에는 워싱턴에 이어 40억달러 규모의 뉴욕시 철도 차량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역에 지하철 ‘메트로’가 정차해 있다. /WP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역에 지하철 ‘메트로’가 정차해 있다. /WP
그러나 CRRC가 이번 입찰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 당국이 미국 내 지하철이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 행정부는 중국의 사이버 안보 침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은 영국 등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 해커가 미국을 비롯한 12개 동맹국의 정부 기관과 기업의 네트워크에 침투해 기밀 등을 빼돌려왔다고 강력 비판했다. 미 법무부는 이 사안에 관련된 중국 해커 2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만든 지하철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 등에 내장된 악성 소프트웨어가 백악관 등 요직 관리들의 행보를 감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의도적으로 문제가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외국 정보기관이나 테러리스트의 해킹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 지하철 당국도 안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와 관련한 조치로 최근 철도 차량 입찰 자격 요건에서 사이버 안보 조항을 강화했다. 최종 낙찰업체 차량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해 미 국방부가 인증한 보안업체의 테스트를 받도록 했다. 모든 차량 부품의 정확한 원산지도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미 의회에서는 여전히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일부 의원들은 워싱턴 지하철 당국이 최종 낙찰을 결정하기 전 미 국방부와 국토안보부, 교통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정치적 이유로 중국 기업을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CRRC는 지난해 32억달러 규모의 뉴욕 철도 차량 입찰 과정에서 유력한 승자로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캐나다 업체 봄바르디어에 사업권을 뺐겼다. 당시 중국의 한 철도 시장 전문가는 "CRRC의 패배 원인은 정치적 이유"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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