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C박병원 척추센터 의료진이 모여 ULBD 시술을 앞둔 환자 치료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ULBD는 기존 나사못 수술과 달리 피부 절개 범위가 작아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자도 받을 수 있다.

#경기 부천에 사는 김모(77)씨는 최근 왼쪽 엉덩이가 빠지는 듯한 아픔과 허리 통증, 다리 저림 등으로 5분 이상 걸을 수가 없어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수술에 대한 부담으로 치료를 미루다 최근 'ULBD'라는 최소 침습 수술을 받았다. ULBD는 부분마취 후 내시경 혹은 특수 현미경을 이용해 관절 손상 없이 눌린 신경만 풀어주는 수술법이다. 김씨는 수술 후 5시간 만에 걸어서 화장실을 오갔고 곧 재활 치료를 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 몸 여기저기가 삐걱거린다. 목·어깨가 뻐근하고 무릎도 시큰댄다. 하지만 가장 참기 어려운 건 역시 허리 통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척추관협착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60만 명이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전체 환자의 70%를 넘는다.

문제는 중증 척추관협착증 증상이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등 다른 질환과 비슷해 비(非)전문가가 식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통증 관리를 일시적 약물치료나 물리치료에만 의존하다 보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에 따라 치료 방향을 정해야 한다. PMC박병원(경기 평택)의 박진규 원장은 "척추관협착증은 조기에 치료해야 예후가 좋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MRI와 CT로 척추관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 척추관협착증은 수술 필요

척추관협착증은 노화로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면서 그 안에 있는 신경이 눌려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보통 40대에 시작해 50~60대에 심해진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증상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이 허리와 엉덩이 통증이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허벅지와 종아리가 터질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특히 밤에 엉덩이·허벅지·종아리가 아프거나 차가운 증상이 생긴다. 걷기와 상관없이 요통이 있는 허리디스크와 달리, 척추관협착증은 가만히 있으면 통증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이를 내버려두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 초기라면 수술 없이 적절한 물리 치료, 풍선확장술, 라츠 치료로 관리하면 된다. 진통소염제로 염증을 줄이면서 재활치료로 허리 근육을 강화할 수도 있다.

이미 배뇨장애나 보행장애가 발생했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중증일 수 있다. 대표적 척추 수술인 척추유합술(나사못수술)은 전신마취를 한 뒤 척추뼈와 주변 근육, 혈관 등을 광범위하게 절제한다. 이후 척추 상태가 불안정해져 나사못을 박아 고정한 위아래 척추관절에 압력이 쌓이면 척추뼈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령자들은 심리적 부담 때문에 수술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고령환자도 받는 최소 침습 수술 'ULBD'

최근에는 부분마취와 최소 침습 치료를 활용하는 ULBD 수술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ULBD(후관절 보존 편측 척추후궁절제술 후 양측 신경감압술)는 골다공증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도 수술받을 수 있어 환자들이 선호한다. 최대 장점은 수술 과정이 안전하고 통증 치료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PMC 박병원 신경외과 연구팀이 지난 2011년 11월부터 2년간 척추관협착증 환자 44명(평균 나이 68.1세)을 대상으로 ULBD 치료 후 통증 관리 만족도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37명(85%)이 다리 통증점수(VAS)가 ULBD 치료 전 6.45점(10점 기준)에서 치료 1년 후 3.95점으로 떨어졌다. PMC 박병원 연구팀은 2015년 대한신경외과 학술대회에서 ULBD 시술 성공 사례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ULBD는 신경을 압박하는 덧난 뼈나 인대 일부만 최소한으로 잘라내며, 광학 미세현미경 또는 내시경으로 시야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박 원장은 "척추관절을 거의 건드리지 않고 근육·인대 등을 유지해 척추가 뒤틀리는 것을 막는다. 피부 절개 범위가 7(내시경)~20(현미경)㎜로 작아 빠르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5시간이면 보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도 빠르다. 박 원장은 "그동안 의료계는 척추 관절을 보전하는 허리 수술법을 개발하기 위해 애썼다. 척추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전방전위증(척추뼈가 어긋나 통증을 유발하는 증상)을 예방하려면 척추 관절 보전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ULBD는 이 같은 의료계 과제를 해결한 셈"이라고 말했다.

●척추관협착증의 주요 증상

―허벅지 또는 종아리 통증이나 저림
―엉덩이나 허벅지, 무릎의 냉기(특히 밤에 심함)
―보행 시 생기는 허리·엉덩이 통증

●척추관협착증 예방하려면

―오르막 경사를 걷거나, 자전거 타기와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도움된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과도하게 허리를 젖히는 자세, 몸을 비트는 동작은 피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