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억 원전 해체연구소, 부산·울산 접경에 짓는다

입력 2019.02.12 03:01

文정부 탈원전 산업 핵심기지, 경북과 3파전 끝에 공동 유치

원전해체연구소
문재인 정부 '탈(脫)원전' 정책의 핵심 기지인 원전해체연구소(이하 원해연) 입지가 부산과 울산 경계 지역으로 사실상 내정됐다.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경북 경주시 등 3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 경쟁을 펼쳐온 원해연이 부산·울산 공동 유치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11일 부산시와 울산시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원해연을 부산 기장군 장안읍과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걸쳐 설립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신고리 7·8호기 예정 부지 인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해연 설립 예산은 2400억원이다. 부산과 울산의 고위 관계자는 "원전 해체 연구는 폐로 원전이 많은 곳에서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연관 산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부산과 울산이 공동 유치하면 경쟁 과열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정부·지방자치단체·한국수력원자력·민간 자본 등 원해연 설립 참여자의 지분 분담 비중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달 관련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원전은 24기로, 이 중 12기가 오는 2030년이면 수명이 끝난다. 개당 해체 비용은 7500억~8000억원가량 들며 이들을 모두 해체하는 비용은 10조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원전 해체 산업 시장 규모를 14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해연은 지난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가 1473억원 규모의 국책 기관 형태로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6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B/C, 비용 대 편익)이 0.26으로 나왔다. 통과 가능한 수준인 1에 크게 못 미치면서 사실상 백지화됐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다시 시동이 걸렸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는 한편 원전 해체 산업 선도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원해연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사업이 재추진되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유치 경쟁에 나섰다. 원전이 있는 부산, 울산, 경주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기장 단독 유치"를 주장하며 수차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경북 경주에서는 지난해 택시 100여 대가 '경주에 원해연 유치'라는 문구를 부착하고 홍보를 위해 달렸다. 경북에는 원전 12기가 밀집해 있다. 울산에서는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송철호 시장이 있으니 아무래도 도움이 되지 않았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들 지자체는 대학에 용역을 주고 유치 논리를 개발하거나 세계 최고의 원전 해체 기술을 보유한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당초 각개전투를 벌이던 부산시와 울산시는 지난 연말 이후 연합 전선을 펼쳤다.

결국 부산·울산 공동 유치로 가닥이 잡혔으나, 두 곳은 막바지까지 연구소 정문 출입구 위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문 출입구가 어느 쪽으로 나느냐에 따라 원전 철거, 오염 제거 등 관련 업체들의 입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정문은 울주군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로선 출구를 낼 수 있는 도로가 울주군 권역의 왕복 2차로 하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출입구 부분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 막바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해연은 3만3000㎡ 부지에 실험실과 분석실, 해체 기술 실증과 인증 시설, 방폐물 시험 시설, 모의 훈련 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다. 연간 운영 예산은 500억원가량이다. 내달 입지 선정을 발표한 후, 오는 5월쯤 예비타당성 심사를 거칠 예정이다. 이르면 2020년 착공해 2022년쯤 완공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 재정 투입 중심의 국책 연구소가 아니라 한수원·정부·지자체·민자 등이 합작하는 비영리 특수법인이기 때문에 예타 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한수원 50~60%, 산자부 20%, 지자체 10%, 민자 10% 등 참여 기관의 지분 비율을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원전 해체 산업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큰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60~1980년대 지어진 원전의 사용 가능 기한이 임박하면서 2020년대 이후 해체 대상 원전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정부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전 세계의 해체 대상 원전은 2015~2019년 76기에서 2030년대 127기 등으로 늘어난다. 부산시 측은 "전 세계의 원전 해체 비용이 440조원에 이를 것이란 조사도 있다"며 "해체 작업에 의한 직접적 경제 효과 외에 폐기물 처리, 기계, 로봇, 건설 등 전후방 산업과 기술 발전을 가져온다는 점도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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