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설, 한국 영화 된다면 주인공은 원빈으로

조선일보
  • 백수진 기자
    입력 2019.02.12 03:01

    출간 1년 후 돌풍…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작가 야쿠마루 가쿠

    소설 '돌이킬 수 없는 약속'(북플라자)은 출간 후 1년이 지나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초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면서 판매량이 급격히 늘더니 2018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8위까지 질주해 '82년생 김지영' 다음으로 많이 팔린 소설이 됐다.

    야쿠마루 가쿠
    야쿠마루 가쿠는 "한국 젊은 팬들은 휴대폰의 일본어 번역기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더라"면서 신기해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역주행' 돌풍을 일으킨 페이스북 콘텐츠. /북플라자·페이스북 '책끝을 접다'
    '역주행'의 주인공인 작가 야쿠마루 가쿠(50)가 팬 사인회를 위해 최근 내한했다. 그는 "포털 사이트 메인에 '일본 추리물이 한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기사가 걸렸더라"면서 "기사를 보고 내 작품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책 끝을 접다'에서 만든 콘텐츠의 영향이 컸다. '제 딸을 살해한 놈들을 15년 후에 죽여주세요'라는 노파의 말로 시작하는 카드뉴스 형태의 콘텐츠. 줄거리를 흥미진진하게 요약한 이 게시물은 '좋아요' 10만개 이상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야쿠마루 가쿠는 "일본에는 이런 마케팅이 전혀 없어서 높은 퀄리티에 감탄했다"면서 "그 후로는 일본 출판사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에는 이런 것도 있더라'고 보여준다"고 했다.

    '15년 뒤 딸을 살해한 이들을 죽여주면 전 재산을 주겠다'는 노파와의 약속이 주인공의 발목을 붙잡는다. 노파가 죽고 그의 재산으로 새 인생을 살게 된 주인공에게 '그들이 감옥에서 나왔으니 약속을 지켜달라'는 발신자 미상의 편지가 도착한다. "예전에 범죄를 저질렀지만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써보고 싶었어요. 가해자가 과거를 마주해야만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질문이 소설의 시작이었습니다."

    33세에 추리소설 작가의 등용문으로 알려진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그 전까진 극단 배우, 시나리오 작가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free+arbeit)'로 살았다는 그는 "음식점, 병원, 스테인리스 공장, 냉동 창고까지 아르바이트를 안 해본 곳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이대로라면 미래가 위험하겠다는 초조함을 느꼈어요. 그때 출근길에 에도가와 란포상 광고를 보게 됐고, 상을 목표로 다시 한 번 도전해보겠다고 생각했죠."

    데뷔작 '천사의 나이프'는 만 14세 미만의 범죄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개정 전 일본 소년법의 허점을 찔렀다. 이후로도 범죄자의 처벌이나 속죄에 관한 주제를 자주 다뤘다. "재판 이후 피해자나 가해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을 갖지 않잖아요. 가해자들이 법적 처벌을 받았더라도 피해자 가족에게 속죄하려 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갱생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한국 영화를 즐겨 본다는 그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마더', '추격자'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제 작품 세계를 형성한 여러 가지 중 한국 영화도 큰 부분을 차지해요. 예전부터 제 소설이 한국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꿈을 꿔왔습니다." 현재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다수의 국내 영화사로부터 영화화 문의가 들어오는 중이다. "영화 '아저씨'를 인상 깊게 봤는데 원빈씨가 요즘 활동이 뜸해 아쉬웠거든요. 제 작품이 영화화된다면 원빈씨가 주인공을 맡아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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