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직업란에 '깡패'… 판사 재산신고 안내문 황당한 예시 논란

입력 2019.02.11 03:00

아들 직업란에 '깡패'… 판사 재산신고 안내문 황당한 예시 논란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최근 재산 신고를 하다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 재산 신고 안내문에 장남의 직업을 '깡패'로 입력한 사례가 '모범 사례'로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매년 초 재산 신고를 한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판사(3000명)와 5급 이상 법원 공무원(1600명) 전원이 본인과 가족의 재산을 온라인망에 등록한다. 이때 참고하라고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매해 안내문을 배포한다. 온라인과 문서 형태로 다 만든다.

이 안내문 중 부모·자식의 재산 신고 거부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다. 자녀 등이 경제적으로 독립했을 경우 재산 고지(告知)를 거부할 수 있다. 법원행정처 안내문에는 '고지 거부' 절차에 대한 설명과 함께 모범 입력 사례 두 개가 나와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장남의 직업이 각각 '유아(幼兒)', '유아 깡패'로 적혀 있었다.

판사들은 술렁거렸다. 대부분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 부장판사는 "재산 신고를 누락하거나 잘못하면 징계를 받기도 한다. 중요한 절차"라며 "법원행정처가 이런 안내문을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전산 실무자가 재미 삼아 쓴 게 (실제) 발행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실무자들의 작업 결과는 담당 행정처 심의관(평판사)이나 간부 판사들이 검토를 한다. 법원행정처는 우수한 법관들이 모인다는 곳이다. 그런 행정처 판사 수십 명이 '내 장남은 깡패'라는 낙서 같은 내용하나 잡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내보낸 것이다. 일선 판사들은 "행정처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이라고 했지만 행정처는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했다.

법원 내에선 "법원행정처의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진앙(震央)으로 지목하며 폐지하겠다고 했다. 행정처 출신 변호사는 "조직이 없어진다는데 누가 열심히 하겠느냐"며 "지금처럼 말로만 행정처를 폐지한다고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더 황당한 사고가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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