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까닭'부터 '닭한마리'까지...비건 대표의 무한 '닭 사랑'

입력 2019.02.10 11:50 | 수정 2019.02.10 15:41

"우리나라가 치킨 공화국도 아니고…"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퇴직자들이 자영업에만 몰리는 경제 구조를 두고 이렇게 우려했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다른 의미로 ‘치킨 공화국’이 되고 있다. ‘음식 한류’ 바람의 최선봉에 한국식 닭요리가 있다는 걸 부인하기는 어렵다.

북미회담 실무 협상차 지난 3일 방한했다 10일 미국으로 돌아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치킨 공화국’의 닭 맛에 흠뻑 빠진 것 같다.

◇평양 다녀와 첫 끼, 닭한마리

8일 평양에서 복귀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서울 광화문 호텔 옆 한 식당에서 닭한마리를 먹고 있는 모습. /노석조 기자
비건 대표는 평양에서 2박3일 머물다 돌아온 지난 8일 밤 11시, 숙소인 서울 광화문 포시즌 호텔 근처에 있는 ‘닭 한마리’집을 찾았다. 그는 8일 오후 6시35분쯤 항공기편으로 경기도 평택의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오후 9시 쯤 주한 미국 대사관에 방문해 본국에 회담 결과를 보고했다.

비건 대표의 ‘늦어도 아주 늦은 저녁’ 메뉴는 ‘닭 한마리’. 그는 8일 밤 11시쯤 엘리손 후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함께 숙소 근처의 ‘닭 한마리’ 식당을 찾았다.

‘닭 한마리’는 닭백숙을 변형한 ‘현대식 닭 요리’의 하나다. 커다란 양푼이나 냄비에 토막 낸 닭을 넣어 백숙처럼 끓인 후 닭을 먼저 건져 먹은 뒤, 남은 국물에는 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다.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1978년 장사를 시작한 집이 ‘원조’로 알려져있다. 이 식당이 가장 먼저 ‘닭 한마리’라는 ‘명칭’을 간판에 올렸다는 것이다.

비건이 이날 먹은 ‘닭 한마리’는 2인분 ‘닭 한마리‘ 가격이 2만2000원이었다.

비건 대표 일행이 평양에서 돌아와 선택한 ‘치맥’. 그들은 ‘마늘아 치킨’과 매운 ‘꼴까닭 핫치킨’ 등 ‘치킨 좀 먹어본’ 사람들이 찾는 메뉴를 골랐다. /오빠닭 홈페이지 캡처
◇방한한 첫날에도, 그의 선택은 ‘치맥’
비건 대표가 한국에 도착한 것은 난 3일 오후 4시 40분. 공항을 빠져나온 그는 곧바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비공개로 만찬 겸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회의 직후, 기자가 그를 ‘목격’한 곳은 포시즌 호텔 근처 치킨집 ‘오븐에 빠진 통닭(오빠닭)’이었다. 비건 대표는 협상단 일행으로 추정되는 남성 1명, 여성 1명과 치킨 집을 찾았다. 설 연휴가 시작된 일요일 저녁이라 식당에는 손님이 거의 없는 시간이었다. 세 사람은 1층 주방쪽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일행은 통마늘과 마늘소스가 들어간 ‘마늘아 마늘아 치킨’, 구운치킨을 매운 핫바베큐치킨소스로 볶은 ‘꼴까닭(Extreme HOT BBQ chicken) 치킨’, 생선튀김에 쌀국수를 더한 ‘피쉬&누들샐러드’, 생맥주 1700cc를 주문했다. ‘한국식 치맥’에 입문하는 ‘초보자’들이 선호하는 평범한 ‘프라이드’가 아닌 양념 맛이 강한 치킨 종류였다. 계산서에는 6만7800원이 찍혀 있었다.

비건 대표 일행이 식사 후 계산한 영수증의 모습. /박성우 기자
이날 비건 대표 일행은 약 한시간 가량 ‘치맥’을 즐긴 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식당을 나서 숙소로 돌아갔다.

오빠닭 광화문점 관계자는 "(비건이) 조용히 굉장히 맛있게 드셨고, 특히 핫치킨을 먹을 때는 매운지, 눈빛이 마주칠 때마다 엄지를 치켜들며 맛있다는 표현을 해줬다"고 했다.

그는 "작년 여름에도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당시 북미 1차 정상회담 실무협상단)가 두 번이나 왔다 갔는데, 맛있다고 추천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고 했다. 2011~2014년 주한미 대사를 지낸 김 대사는 감촌순두부 등 한국 식당을 자주 찾고, 지인들에게 추천도 해왔다. 지난해 7월 판문점 실무회담을 위해 방한 했을 때, 비건 대표와 마찬가지로 포시즌 호텔에 묵었다.

비건이 북한에서 돌아와 ‘닭 한마리’ 식당 먼저 찾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이런 농담을 댓글에 달았다. "비건이 웬 닭이냐" "채식주의자라며 닭?"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Vegan)과 비건(Biegun) 대표의 성(姓)이 한국 발음으로 똑같은 데서 착안한 농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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