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5~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를 앞두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MWC는 무선통신 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박람회이다. 중국 화웨이가 여러 업체의 수주를 받으며 통신장비 공급업체로 명성을 쌓은 연례 행사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MWC 개최 직전에 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것은 사실상 각국의 무선통신업자들에게 ‘화웨이를 쓰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쯤 중국 업체들을 겨냥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사안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5G로 알려진 차세대 초고속 인터넷을 위한 인프라가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고위 관료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보안을 최우선순위에 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조치로 미국이 중국 업체들의 유럽시장 점유율을 심각하게 끌어내린다면, 그렇지 않아도 긴장된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밖에도 MWC에 대규모 사절단을 보내 화웨이의 라이벌인 시스코, 에릭슨, 노키아 등 다른 통신장비업체들을 지원사격한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측 대표단이 MWC에서 화웨이의 스파이 혐의와 제재 위반 행위에 대해 가감없이 이야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 직원을 비롯해 아짓 파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마니샤 싱 미 국무부 경제차관, 브라이언 불라타오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5일 워싱턴 DC 연방의회에서 취임 후 두 번째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하원 합동의회 형식으로 진행된 국정연설에서 “중국을 탓하지 않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존중한다”면서도 “미국의 일자리와 부를 빼앗는 중국의 절도 행위는 끝장나야만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 대표 기업인 화웨이를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대(對)중 압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명령에 따라 미국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해킹으로 기밀 정보를 빼돌린다는 것이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는 이미 화웨이와 화웨이 자회사를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화웨이 창업주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은 멍완저우 부회장을 기소했다.

미국의 주도로 유럽에서도 화웨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노르웨이 정보당국은 지난 4일 발표한 국가 위험 평가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와 중국 정부가 긴밀하게 연계돼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화웨이가 간첩 활동에 이용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의 우방인 호주와 뉴질랜드, 일본은 화웨이 5G 장비 ‘보이콧’에 동참했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부인하며 미국 측의 주장이 근거없는 억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