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文대통령, 정부가 日징용 배상문제 나서지 말라 지시”

입력 2019.02.08 11:59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일부 장관들에게 "징용 피해자 배상은 일본 기업의 문제다. 한국 정부가 전면에 서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8일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에 대한 합의를 요구하는 일본 정부에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요미우리는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문 대통령이 지난달 8일 국무회의를 마친 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포함한 일부 장관들을 따로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는 지난달 9일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양자 협의를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완강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는 문 대통령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 소송에서 원고 승리를 확정하고,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은 원고 이춘식(95)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지난달 9일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외교적 협의’를 요청하며, 30일 시한을 정해 통보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회답 시한인 이날(8일)까지 일본의 요청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협의를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1934년 일본으로 강제 징용된 충청남도 홍성 지역 젊은이들./조선DB
1934년 일본으로 강제 징용된 충청남도 홍성 지역 젊은이들./조선DB
요미우리는 "한국 정부는 그동안 징용 피해자 청구권 문제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기존의 입장을 바꾸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국 정부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해왔지만, 문 대통령의 지시는 한국 측의 부담만으로 보상하는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외교적 양자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것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도 했다.

요미우리는 "문 대통령은 일제 강점기 피해자 구제를 중시하는 좌파 민족주의자로, 일본의 역사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왔다"며 "지난해 말 불거진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레이더 겨냥 논란을 계기로 완전히 대(對)일 강경노선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반일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문은 한국 여론조사기관이 지난달 진행한 조사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에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이 46%, ‘지금의 대응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38%로 나타났다며, 약 80%가 문재인 정권의 대일 강경노선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는 지난달 23일 스위스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강 장관이 징용 피해자 대응에 대해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힌 점을 짚었다.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들의 자산 압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도 했다.

신문은 또 3·1절 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 내 반일 기류가 높아지며 징용 배상 문제 해결이 난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 내에서는 2020년까지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징용 배상 문제에 계속해서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과 경제협력협정에 기초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에 실질적인 손해가 생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가 ‘현금화’ 절차에 들어갈 경우 이런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이 손해를 당하는 것을 한일 우호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뒤엎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일본은 외교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조정하는 ‘한국 패싱(무시)’ 움직임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새로운 장기 방위전략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에서 한국이 안보협력 추진 대상국 중 2번째(2013년)에서 5번째로 밀려난 점과 아베 총리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언급하지 않았던 점이 사례로 지적됐다.

그러면서 신문은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양국 정상이 직접 대화하는 방법 이외에 사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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