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탈퇴를 예고하고 러시아가 맞대응을 경고한 가운데 중국이 '핵무기 선제 불사용' 원칙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INF를 축으로 한 국제 핵군축 체제가 무력화될 우려가 커지면서 군사 대국 간 핵 군비 경쟁이 다시 불붙는 듯한 모양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한 1964년부터 견지해온 '핵무기 선제 불사용' 원칙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핵무기 선제 불사용 원칙은 공격을 받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오퉁(趙通)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연구원은 SCMP 인터뷰에서 "남중국해 및 인도양 등지에서 갈등이 격화되면서 미·중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은 오랫동안 지켜온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도 지난해 말 "중국은 핵 공격 전력을 확충하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는 핵무기가 핵 억제용으로 쓰여야만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실제로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미사일 탑재 전략 핵 추진 잠수함(SSBN)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INF를 둘러싼 미국·러시아 간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의 INF 탈퇴에 대응해 러시아도 6개월 안에 조약을 탈퇴할 것이라고 6일(현지 시각)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