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으로 'U턴'한 쓰레기 1200톤
국내기업, 지난해 '합법 폐기물'이라며 필리핀에 수출
필리핀 "기저귀, 의료용 폐기물...쓰레기 가져가라"
필리핀으로 수출된 ‘불법 폐기물’ 6300t(톤) 중 1200t, 컨테이너 51개 분량이 3일 오전 경기 평택당진항을 통해 국내로 반입됐다.
환경부와 평택세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필리핀을 떠난 컨테이너선 '스펙트럼 N(SPECTRUM N)' 호가 3일 오전 평택포승항에 도착했다. 이 배에는 필리핀 측이 반송(反送)한 불법 폐기물 컨테이너 51개가 실려있다.
컨테이너 속 쓰레기는 평택 소재 폐플라스틱 수출업체인 A사가 ‘합성 플라스틱 조각’이라며 지난해 7월,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에 수출한 것들이다. 필리핀 관세청은 지난해 11월 폐기물 속에 배터리, 용변을 처리한 기저귀, 전구, 전자제품, 의료폐기물 등이 다량 포함된 것을 발견해 물품을 압류한 뒤, 한국 측에 반송을 통보했다.
이날 입항한 폐기물은 지난해 7월(약 1200t)과 10월(약 5100t) 수출 물량 중 민다나오섬 카가얀데 오로항 등지에 보관해오던 것들이다.
이번에 들어온 폐기물은 필리핀에 도착해 길게는 6개월간 야외에 노출되어 있다 되돌려 보내진 것이다. 내용물이 부패했을 가능성이 커 평택항 인근 방역(防疫) 문제도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한국 쓰레기 가져가라" 시위
수출용 폐기물이 아닌 '쓰레기'를 보낸 사건은 필리핀 민심을 자극했다. 지난해 11월 현지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물론, 필리핀 환경단체 '친환경쓰레기 연합' 회원 등 수십 명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까지 벌였다.
이들은 한글로 '쓰레기를 되가져 가세요'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한 후, "한국에서 수입된 수천t의 쓰레기가 신속하게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처해달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업체가 버텨 정부가 대신 수거한 불법 쓰레기
필리핀 정부로부터 통보를 받은 환경부가 책임주체인 A업체에 '재반입'을 명령했지만, 업체는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들어온 컨테이너 51개는 정부가 '대(代)집행'을 통해 반입한 물량이다. 대집행은 행정상 강제집행으로 행정관청으로부터 명령을 받은 특정 시설 및 개인이 법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행정기관이 직접 또는 제3자에게 명령해 집행한 뒤 그 비용을 법적 의무자(업체)에게 부담시키는 제도다.
이 업체는 평택당진항, 광양항, 군산항 등에 1만2000여t의 폐기물을 적치해 환경 당국의 수사도 받고 있다.
환경부는 오는 7일 평택세관과 합동으로 평택포승항에 들어온 폐기물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인 뒤 법적 처리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폐기물 처리 책임을 놓고 환경부와 평택시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평택시 관계자는 "폐기물을 수출한 A업체 소재지가 평택시인 것은 맞지만 예산 문제도 있어 환경부와 경기도 등과 협의 중"이라며 "최대한 해당 업체가 자진해서 폐기물을 처리하도록 유도하고, 여의치 않으면 대집행을 통해 폐기물을 소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