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복 후 한숨 잤으니 괜찮겠지? 음주단속 딱 걸립니다

입력 2019.02.03 03:00

본지기자 3명, 소주 마시고 5~7시간 잔 뒤 측정해보니

"설인데 한 잔 받아야지. 운전해야 한다고?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

설 연휴에 많은 집에서 오가는 대화다. 친척들과 술자리를 갖거나 음복 잔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30~50대 운전자 3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응답자 10명 중 4명(43%)이 '설 명절 기간 전날 술을 마시고 아침에 운전했다'고 답했다. 전날 소주 1병을 마셨어도, 7시간 정도 지나면 운전할 수 있다는 응답도 40%였다.

본지 김승현(왼쪽) 기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에서 음주 측정을 받고 있다
본지 김승현(왼쪽) 기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에서 음주 측정을 받고 있다. 지난 밤 소주 1병 반을 마시고 7시간을 잤지만 김 기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3%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이진한 기자
술을 마시고 5~7시간을 자면 운전을 해도 될까? 본지 기자 3명이 카프성모병원 알코올치료센터와 서울 남대문경찰서의 도움을 받아 술을 마시고 잠을 잔 후 혈중알코올농도 변화를 측정했다. "잠을 잤으니까 괜찮겠지"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난달 31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중구의 한 호텔. 본지 기자들은 이날 자정부터 오전 1시 30분까지 360㎖ 소주(알코올 도수 17.8도) 1병~1병 반을 마시고 잠을 잤다. 5시간이 지난 후 음주 측정을 했다. 추문교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안전팀장이 내민 음주 측정기에 숨을 불자 지난 밤 1병 반을 마신 이동휘(31) 기자와 김승현(28) 기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57%, 0.082%로 나왔다.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1병을 마신 최아리(여·29) 기자의 경우 0.02%가 나왔다.

2시간을 더 자고 다시 측정을 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1병 반을 마신 이동휘 기자가 0.016%, 김승현 기자가 0.053%였다. 1병을 마신 최아리 기자는 0.003%였다. 술을 마신 후 총 7시간을 잤지만 김승현 기자는 여전히 면허정지 수준으로 취해 있는 셈이다.

음주 정도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 변화
실험에 참가한 세 사람의 평소 주량은 소주 1~2병이다. 카프성모병원의 실험 설계에 따라 술과 함께 1인당 프라이드치킨 3분의 1마리(약 330㎉·공깃밥 1그릇 열량)를 먹고, 500㎖ 생수를 마셨다. 마신 술이 평소 주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취했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주 반병을 마실 때마다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세 사람의 생각보다 빠르게 높아졌다. 소주 반병을 마시고 측정한 결과, 3명 중 2명에게서 면허정지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나왔다. 소주 1병에서 1병 반을 마시자 세 사람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를 넘었다. 면허취소에 해당한다.

인터넷에서는 "소주 1병을 마셔도 6시간 지나면 알코올이 분해된다"는 글도 있다. 하종은 카프성모병원 알코올치료센터장은 "건강 상태나 체질에 따라 개인마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다르다"며 "전날 술을 여러 잔 마셨다면 아침에도 음주 상태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 따르면 체중 68㎏ 남성이 소주 350㎖(약 1병)를 마신 경우 1시간이 지나면 혈중알코올농도가 0.186%로 올라가고, 음주 후 7시간까지 면허취소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0.1% 이상)가 유지됐다.

오전 시간대 숙취 음주 사고는 한 해 1895건, 한 달 158건꼴로 일어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오전 6~10시에 일어난 음주 교통사고는 5684건이다. 160명이 숨지고 9556명이 다쳤다.

전문가들은 "전날 과음을 했다면 최소한 다음 날 오전까지는 운전대를 잡지 마라"고 말한다. 강재헌 인제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술 먹고 운전하면 안 된다는 건 다 알면서도 자고 나면 음주 운전이 아니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뜻밖에 많다"고 말했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는 "수면이 몸속 알코올의 분해를 촉진하는 작용을 하더라도 알코올 분해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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