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판적폐 대책위' 만들고 구치소 몰려가… 삼권분립 무시

입력 2019.02.01 03:16

[김경수 법정구속] 洪원내대표 "양승태 적폐사단의 조직적 저항·보복, 왜곡된 판결"
2심 대비한 대책위, 의원 20명 규모… "촛불 때처럼 시민운동도"

더불어민주당은 31일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양승태 적폐 사단의 조직적 저항이자 보복"이라며 사실상 '재판 불복'을 선언했다.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수행비서였던 판사가 쓴 왜곡된 판결"이라는 주장을 폈다. '김경수 구하기'와 재판부 흠집 내기에 여권이 총동원된 양상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양승태 적폐 사단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고 이번 판결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법과 양심에 따라야 할 판결이 보신과 보복 수단이 되고 있다"며 "이 정부를 흔드는 시도는 국민에 의해 또다시 탄핵당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경수 면회 간 與의원들 - 박주민(왼쪽에서 둘째) 최고위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1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들은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김경수 경남지사를 면회했다.
김경수 면회 간 與의원들 - 박주민(왼쪽에서 둘째) 최고위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1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들은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김경수 경남지사를 면회했다. /남강호 기자

민주당은 이날 오후엔 김 지사의 2심 재판에 대비해 법원을 피감 기관으로 하는 국회 법사위와 사법개혁특위 소속 의원을 전원 투입해 '사법 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대책위에는 당 전략기획위원장과 홍보소통위원장, 대변인단 5명 전원 등 주요 당직을 맡은 인사도 총망라됐다. 대책위 규모는 원내 교섭단체(의원 20명 이상)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번 사건은) 홍보와 전략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판결의 모순점을 알리기 위해 전국에서 설명회와 대국민 보고회를 하고 시민사회 진영과도 힘을 합칠 계획"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지난 탄핵 촛불 때처럼 시민운동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대선 당시 댓글을 조작했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김경수 구하기'에 사활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재판장을 맡았던 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한 공격도 계속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유튜브 방송에서 "성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비서실에 근무했는데 단순 비서가 아니라 수행비서로 밀착 마크한 케이스"라며 "사법 농단과 관련해 비리 혐의로 조사받은 전력도 있다"고 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이런 판결은) 특검도 놀랐을 것"이라며 "(성 부장판사가) 객관적 증거에 의해 (유죄를) 인정했다는 말을 유독 (판결) 앞부분에서 강조했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다. 본인의 열등감이랄까 부족한 논리를 앞에서 강설하는 것 같았다. 속으시면 안 된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삼권분립 훼손' 논란에 대해선 "삼권분립은 '너, 나, 걔' 세 명이서 절대 관여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적절한 견제와 균형으로 마땅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움직임에 맞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탄핵 소추해야 할 현직 판사 명단을 추가로 발표했다. 민변은 성 부장판사도 탄핵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 부장판사는) 영장 전담 판사로 일할 때 형사수석부장에게 영장 관련 비밀을 누설했다"며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면 탄핵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김 지사 재판에 관련된 판사 전원의 사퇴' 청원에는 이날까지 18만명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김 지사 판결에 대한 당의 대응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사건 때와는 너무 다르다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은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당일 긴급회의를 열어 안 전 지사를 제명 조치했고, 1심에서 안 전 지사가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는 아무런 논평도 내지 않았다. 이 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는 당내에서 '출당시키라'는 주장까지 나왔었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에서의 역할이나 대통령과의 친분 등을 감안하면 안희정·이재명과 김경수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한편 박 최고위원과 이재정 대변인, 백혜련·황희 의원은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김 지사를 30분가량 접견했다. 박 의원은 "김 지사가 도정(道政) 공백에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했고, 이른 시간 내에 판결을 바로잡고 복귀해 경남 경제를 부활시키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이날 경남도민을 향한 옥중 서신을 통해 '잠시 자리를 비운다. 거짓 자백에 의존한 판결을 납득할 수 없고, 진실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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