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이 장수 왕 서방 명월이한테 반해서, 비단이 팔아 모은 돈 퉁퉁 털어서 다 줬소. 띵호와, 띵호와' 하는 노래가 있다. 가수 김정구가 1937년 취입한 '왕 서방 연서'라는 노래다. 화교 상인이 기생에게 품은 연정을 노래했다. 이 노래가 히트하면서 '왕 서방'은 중년 이상의 한국 사람들에겐 중국인을 지칭하는 대명사처럼 됐다.

그런데 비단 장수는 진짜 왕 서방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안부 치안관리국은 지난해 기준 중국에서 가장 인구수가 많은 성씨(姓氏)는 1억150만명인 왕(王)씨라고 30일 밝혔다. 중국 14억2000만 인구의 7%에 달한다. 왕씨는 2014년부터 리(李)씨를 제치고 중국 최대 성씨로 등극했다.

왕씨는 고대 중국에서부터 흔한 성씨였다. 중국의 성씨를 소개한 최초의 서적인 북송시대 '백가성(百家姓)'에선 '조·전·손·이·주·오·정·왕(趙錢孫李, 周吳鄭王)'을 8대 성씨라고 했다. 긴 세월 속에 왕씨가 특히 많아진 이유는 원나라 때 여진족·만족 등 소수민족들이 중국에 정착하며 '왕'으로 성을 바꿨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성씨 6150개 중에 1000만명 이상이 쓰는 성씨는 23개다. 왕씨 다음으로 많은 성씨는 리(李)씨로 1억90만명이다. 이어 장(張·9540만명), 류(劉·7210만명), 천(陳·6330만명)씨 순이다. 이런 성씨 현황이라면 중국에서는 '장삼이사(張三李四)'가 아니라 '왕삼이사(王三李四)'라 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