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라·닛산 크리에이티브 박스 디자이너

아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 도라에몽은 사고뭉치 주인공 노진구를 돕기 위해 22세기에서 찾아온 로봇 친구다. 도라에몽 배에 붙어 있는 4차원 주머니 안에는 신비하고 재밌는 도구들이 가득한데, 위기 상황마다 이 비밀 도구를 꺼내 진구를 돕는다.

도라에몽의 머리처럼 둥근 닛산의 콘셉트카 'Pivo'에는 차 문을 열면 인사하며 반겨주는 똑똑한 로봇 비서가 있다. 운전자의 얼굴을 인식하여 졸음을 깨워주고, 주유가 필요할 때 가까운 주유소를 알려준다. 대화를 통해 자동차와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이 로봇 비서는 운전의 피곤함을 즐거움으로 바꿔주는 비밀 도구다.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자동차에 구현되면서 운전자의 판단을 돕는 자동차 인공지능 비서가 등장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음성 인식 모델부터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까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인공지능 비서가 그러하듯 사람의 음성과 이미지를 입력하고, 패턴을 분석하여 걸맞은 해답을 출력한다.

인공지능 서비스와의 관계는 사람마다 다르다. 일정을 관리하고 식당을 예약하는 등 일상을 편리하게 하는 일종의 똑똑한 비서로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며 친구처럼 느끼기도 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얼마 전 부모님댁에 가니 새로 놓인 인공지능 비서가 부모님과 능숙하게 대화하며 TV 조작과 음악 재생을 돕고 있었다. 이 비서는 출가한 딸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부모님의 말동무이자 오래간만에 만난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비밀 도구였다.

입력, 출력, 대화 엔진을 넘어 관계의 관점에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생각해 본다. 도라에몽의 비밀 도구로 사건을 해결해가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만화 주인공 노진구처럼 인간과 로봇이 대화하면서 함께 답을 찾아가는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해 본다.

※ 2월 일사일언은 유보라씨를 비롯해 소설가 임성순, 나웅준 트럼펫 연주자,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박종진 만년필연구소 소장이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