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의 한 중국인 엔지니어가 애플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 기밀을 훔쳐 중국 기업에 넘기려 한 혐의로 미국 사법 당국에 기소됐다. 지난해 7월 애플의 또 다른 중국인 직원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지 6개월 만이다.

미 캘리포니아주(州) 산호세 연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중국인 지중 천은 지난 11일 애플의 자율주행차 사업 관련 비밀 작업 공간에서 광학렌즈로 프로젝트 매뉴얼과 설계도 등을 촬영했다. 관련 기밀 정보가 든 파일 2000여 개와 사진 100여 장을 개인 하드 드라이브에 옮기기도 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오른쪽 앞에서 세 번째)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왼쪽 앞에서 세 번째) 중국 부총리가 2019년 1월 30일 미 백악관에서 고위급 협상을 하고 있다.

검찰은 천이 이 자료를 중국 기업에 넘기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최근 그가 애플의 경쟁사인 중국 자율주행차 기업 등 3곳과 접촉한 사실을 파악했다. 천은 중국으로 출국을 하루 앞두고 FBI에 체포됐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애플의 기밀 자료를 빼낸 사실은 인정했지만,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려고 한 혐의는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애플의 비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타이탄’의 하드웨어 개발 엔지니어로 고용됐다. 채용 당시 회사 기밀을 지킨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무역 분쟁이 고조된 이후 미국은 중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엔 애플의 중국인 직원이 자율주행차 기밀을 빼돌려 중국 전기차 회사에 넘기려다 적발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미 법무부가 미국과 유럽의 항공기업 전산 시스템을 해킹한 혐의로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 2명과 공범 해커 중국인 10명을 기소했다.

이번 사건은 30일부터 미 워싱턴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알려졌다.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와 중국의 강제 기술 이전 요구 금지 등을 쟁점으로 다룬다. 오는 31일 중국 협상단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회동이 예정된 상황에서 미국의 잇따른 강경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