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설을 앞두고 군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와 20% 미만 지지율로 휘청이던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새해 들어 지지율을 급속히 끌어올리고 있다. '라타이메이(辣臺妹)'란 별명까지 새로 얻으면서 대중 스타 같은 인기를 누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라타이메이는 원래 '관능적인 대만 아가씨(hot taiwan girl)'를 뜻하는 말이지만, 차이잉원의 경우 '중국에 매운맛을 보여준 대만 여성'이란 의미로 쓰인다. 차이 총통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필요하다면 우리 모두 라타이파이(辣臺派·매운 대만 패거리)가 되자'고 글을 올리며 별명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그의 과격한 반중(反中) 입장이 지지율 회복의 주요인인 셈이다.

차이 총통은 새해 들면서 반중 성향을 훨씬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1일 신년 담화부터 중국을 향해 "대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음 날에는 "대만 민심은 절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대만 총통으로서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전까지 "92공식을 역사적 사실로만 존중한다"며 내비쳤던 '대만 독립' 의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지난 25일에는 대만 군부대를 방문해 "장기적으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또 27일에는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 '중국이 대만을 자꾸 찍어 누른다'며 '가냘픈 꽃송이 같은 대만이 (중국이란) 바위틈에서 꽃을 피우려 한다'고 썼다.

차이 총통이 노골적일수록 중국의 반응도 격하게 나오고 있다. 마샤오광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30일 "차이잉원이 뽀빠이처럼 굴며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에 등극하더니 이젠 '화단(花旦·경극의 말괄량이 여자 배역)'처럼 외국에 고자질하느냐"고 비난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차이잉원이 대만 독립을 주장해 잠시 득세해도 종국엔 불장난하다 불타 죽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갈등이 커질수록 대만 내 차이 총통의 인기는 오르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차이 총통을 중국에 맞서는 용맹한 고양이로 그린 팬아트까지 등장했다. 대만 유명 래퍼 드와기(大支·Dwagie)는 지난 9일 차이 총통을 위한 헌정곡 '라타이메이'를 유튜브에 공개해 수십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 노래에서 차이 총통은 난폭한 졸부(중국)의 구애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여성으로 묘사된다. 가사에는 '그놈은 너를 벽에 밀어붙이며 강제로 껴안고 선을 넘으려 했지' '그러나 너는 용감하게 싫다고 맞섰어'라는 내용이 있다.

차이 총통이 반중 성향을 더 강하게 드러내는 것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노림수라고 중화권 언론은 분석한다. 차이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은 지난해 11월 중간 평가 격인 지방선거에서 친중 성향 국민당에 대패(大敗)했다. 이 때문에 차이 총통이 민진당 대표에서 물러났고, 당내 원로들은 총통 연임 포기 선언을 요구했다. 여론조사에서 국정 만족도는 19%로 바닥을 쳤다.

새해 들어 차이 총통이 중국에 강경하게 맞서자 지지율이 반등했다. 지난 10일 대만 자유시보는 양안정책협회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 지지율이 48.4%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조사 기관은 다르지만 2배 이상으로 지지율이 뛴 것이다. 또 대만 TVBS는 차이 총통이 2020년 대선에서 국민당 유력 후보인 우둔이와 1대1로 맞붙을 경우 18.6%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9일 전했다.

일각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일 "필요한 경우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던 발언이 오히려 반중 성향이 뚜렷한 차이 총통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