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 연결망 투명 지도로 만들어 치매 원인 찾죠"

입력 2019.01.30 03:51

뇌과학자 정광훈 MIT 교수, 머릿속 투명하게 보는 기술 개발

한국의 대표적인 뇌과학자인 정광훈(40)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사람의 머릿속을 훤히 보여주는 뇌지도를 만들어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고 있다. 정 교수는 지난 21일 공동 연구차 방문한 연세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생쥐의 뇌를 투명하게 만들고 신경세포의 각종 구성 성분과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된 형태까지 확대해 보여주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1월호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알츠하이머 치매 같은 뇌질환은 신경세포의 연결망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정 교수는 뇌에서 이런 문제가 생긴 곳을 세포 단위까지 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들고 있다. 정 교수는 "치매를 앓다 죽은 사람의 뇌에서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보여주는 3차원 지도를 곧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광훈 미 MIT 교수는 지난 21일 서울 연세대 IBS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신경세포의 내부를 훤히 들여다보는 3차원 지도를 만들어 뇌 질환의 근본 원인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광훈 미 MIT 교수는 지난 21일 서울 연세대 IBS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신경세포의 내부를 훤히 들여다보는 3차원 지도를 만들어 뇌 질환의 근본 원인을 찾겠다”고 말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정 교수는 요즘 뇌과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과학자이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3년 스탠퍼드대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뇌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지방을 없애고 그 자리를 투명한 젤리 같은 물질로 채워, 신경세포를 이루는 주요 단백질과 DNA를 한눈에 보여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 연구를 그해 10대 연구 성과로 선정했으며, MIT·프린스턴대·조지아공대 등 유명 대학들이 그를 교수로 영입하려고 경쟁을 벌였다. 정 교수는 신임 교수 연구비로 역대 최고액인 250만달러(28억원)를 내건 MIT를 선택했다.

정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처음 기술을 두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먼저 뇌를 투명하게 만들면서 조직을 4배로 부풀렸다. 그러면 바로 4배 확대된 투명 영상을 보는 효과가 난다. 또 지방이 있던 자리에 이전에 쓴 젤리 대신 다른 투명물질(에폭시)을 채웠다. 그러자 단백질, DNA는 물론, 또 다른 유전물질인 RNA까지 볼 수 있었다. 유전자가 작동하는 곳에 나타나는 RNA까지 관찰함으로써 신경세포에서 실제 어느 곳이 기능을 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정 교수는 "지금은 뇌조직을 검사하려면 수일에서 수주까지 걸리지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면 4시간이면 충분하다"면서 "뇌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학을 마치고 헤어젤 제조사에서 병역특례 연구원 생활을 한 덕분에 투명 뇌지도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헤어젤 개발을 위해 투명한 묵 형태 물질인 하이드로겔을 많이 사용했는데, 당시 경험이 뇌에서 지방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하이드로겔을 채워 뇌를 투명하게 보이도록 하는 아이디어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는 2년 전 벤처기업도 설립했다. 정 교수는 "1990년대 인간 유전자 지도 연구가 지금 수십조원 규모의 유전자 분석 시장을 만들었듯, 뇌 지도 연구도 미래 신(新)산업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수익을 내면 연구자들이 돈 걱정 없이 연구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최근 연구에 엔씨문화재단(이사장 윤송이)의 지원을 받았다. 재단은 "발달장애 아동을 돕는 사업을 여러 해 해왔는데, 정 교수의 연구가 그런 장애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먼저 지원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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