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대통령 말의 무게는 몇 그램인가

조선일보
  • 박은호 논설위원
    입력 2019.01.29 03:15

    수소車 세계시장 점유율, 태양광 패널 오염물질 등
    대통령 공식 발언에 事實 틀리거나 誇張 너무 많아

    박은호 논설위원
    박은호 논설위원
    언젠가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나 연설문 내용의 진위를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틀린 통계를 인용하거나 사실과 동떨어진 과장 화법이 적잖게 등장해서다. 지난 10일 대통령 신년 회견에서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했다. 대표적인 소득 불평등 지표는 지니계수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자료(2015년 기준)를 보니 미국·영국·캐나다·스위스 등 OECD 30국 중 17국이 우리보다 지니계수가 더 나빴다. OECD 기준으로도 이런데 '세계에서 가장 극심'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울산을 찾아 "우리 수소차(車)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50%"라고 했다. 그런데 산업계에 물어보니 "그럴 리 없다"고 한다. 일본 도요타가 2017년까지 생산한 수소차가 4000대가 넘는데, 현대차는 2013년부터 작년까지 총 1837대라는 것이다. 도요타의 시장점유율이 70% 수준인데 대통령은 현대차 점유율이 50%라고 잘못 말한 것이다. 요즘 정부, 여당이 하는 말로 치면 '가짜 뉴스'를 대통령이 퍼뜨린 셈이다.

    문 대통령은 "2030년까지 (수소차 180만대가) 보급되면 연간 3만t의 미세 먼지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수소차는 운행 중 공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미세 먼지를 차내 필터로 거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미세 먼지 고농도(100㎍)인 날이 1년 내내 이어져도 정화 효과는 3만t이 아닌 3t밖에 안 된다. 현재 달리고 있는 노후 경유차 180만대를 수소차로 모두 바꾸어도 감축량은 수천t 수준이다. 기초 통계조차 틀리면 대통령 말의 무게감은 g(그램) 수준으로 가벼워진다.

    작년 10월 전북 군산 수상 태양광 단지에서는 대통령과 장관 사이에 믿기지 않는 대화가 오갔다. 문 대통령이 "(태양광 패널에) 환경오염 물질이 있다는 식의 오해가 있다"고 묻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는 납(Pb)이 들어간 걸 안 쓴다. (그런 오해가 있어서) 아니라고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그 말에 문 대통령은 "그거 잘 홍보해 주세요"라고 다시 맞장구를 쳤다. 이 대화를 담은 현장 영상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다. 국내 유통되는 태양광 패널엔 유해 중금속인 납이 패널 1㎏당 많게는 200㎎까지 들어 있다는 국책 연구 기관 조사 보고서가 이미 발간돼 있다. 그런데도 탈원전을 주장하는 일부 좌파 미디어들은 대통령과 장관의 엉터리 대화를 옮기며 "국내 태양광엔 납이 없다"는 식으로 떠든다. 대통령 역시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태양광 폐(廢)패널이 안전할 것이라고 오판하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엉터리 연설문을 읽게 한데는 청와대 참모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 해당 수석실이나 정책실에서 대통령 연설문 원고를 만들면 연설비서관실에서 문장을 다듬는다. 이 과정에서 담당 부처에 통계가 맞는지, 발언에 문제가 없는지 사실 관계 확인도 거친다고 한다. 이런 이중 삼중 절차에 구멍이 뚫려 대통령이 국민에게 잘못된 사실을 전달하면 실무자를 문책해야 하고 틀린 내용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이 말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항의하자 청와대 측은 뒤늦게 "실무적 착오"라고 인정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있는 대통령 연설문은 여태 고쳐지지 않은 상태다. 국격(國格)을 생각해서라도 바로잡는 데 인색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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