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손석희의 주장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조건

입력 2019.01.28 19:00


손석희 JTBC 사장의 사생활에 대해 우리는 알지 못한다. 손석희 사장이 접촉사고를 냈던 그 날 밤, 과천에 있는 한 교회 앞 으슥한 주차장서 손 사장의 자동차 안에 동승자가 있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일요일 밤에 그가 누구를 만나든 본질적으로는 관심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영향력 1위 언론인인 손석희 사장과 무명에 가까운 프리랜서 김모씨, 둘 사이에 터진 폭행 고소 사건, 그리고 공갈·협박 고소 사건, 이것들은 여러 엇갈린 주장과 미스터리로 덮여 있다. 그러면서 세간의 의혹은 오로지 하나로 쏠린다. 손 사장에게 동승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있었다면 그게 누구인지, 바로 이점이다.

◆납득할 수 없는 정황

자동차 접촉 사고가 난 곳을 지도로 보여드리겠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관문사거리에서 남쪽으로 850m쯤 내려가 성당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에 들어선다. 그곳에서 다시 570m쯤 가면 한 교회 앞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 주차장이 있다. 산기슭을 깎아낸 이 주차장은 바닥이 흙으로 돼 있다. 밤에는 이 주차장에 관리인도 없다. 폭이 좁고 기다랗게 조성돼 있다. 길 건너편에는 가로등이 드문드문 있으나 주차장에는 조명시설이 없고, 큰 나무가 우거져 있다. 주차장 바로 옆 동네에 사는 한 주민은 "이곳은 밤에는 차나 사람이나 잘 다니지 않는 으슥한 곳"이라고 했다. 길 이름 자체가 ‘관악산길’이다.

‘세월호 참사 3주기’가 되는 2017년 4월 16일 일요일 밤 10시, 손석희 사장은 왜 이곳에 주차하고 있었을까. 손 사장은 직장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이고, 자택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이다. 옛날에 손 사장이 근처에 살았다면 이곳 지리를 잘 알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 그래서 외진 곳도 잘 알고 있었을까. 물론 손 사장은 그곳에 주차하고 있었던 이유를 밝힐 의무는 없다. 일요일 밤 10시에 캄캄한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 주차하든 말든, 그건 그 사람의 개인 사정일 뿐이다. 다만 일반인들은 증거는 없지만, "자동차 데이트를 하고 있었을 것"이란 추론 쪽으로 쏠리고 있다. 손 사장은 공식 부인했다. 또 프리랜서 김모씨가 동승자를 묻자 "없다"고 했다. 다른 녹취록에는 김씨가 ‘모친과 있었던 것이냐’고 묻자 손 사장이 "필요하니 모신 거야"라고 대답한다.

◆가벼운 접촉사고가 협박이 될까?

손 사장은 그날 밤 자동차 접촉 사고에 대해 부딪쳤는지도 조차 몰랐다고 했다. 지극히 경미한 접촉이었다는 뜻이다. 손 사장은 자동차가 ‘부딪쳤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 저쪽에서 ‘닿았다’고 주장하니 그냥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말했다. ‘부딪쳤다’와 ‘닿았다’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손 사장은 나중에 차량 수리비로 150만원을 송금했다. 보험처리도 하지 않았다. 피해차량인 견인차의 운전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현장을 떠나버린 손 사장의 승용차를 "1km를 따라가 멈춘 차의 창문을 두드렸지만 (문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다시 달렸다"고 증언했다. 손 사장은 왜 그랬을까.

견인차 운전기사는 "범퍼가 깨졌다"고 말했지만, 손 사장 주장대로 아주 가벼운 차량 접촉 사고를 우리가 따지고 들어가는 이유가 있다. 정말 가벼운 접촉 사고였다면, 손 사장은 왜 현장에서 사고 처리를 하지 않은 채 그냥 떠나려 했을까. 왜 손 사장은 접촉 사고로부터 2년이나 지난 최근에 와서 그 견인차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차량 피해를 묻지 않고, "(이쪽의) 동승자를 봤느냐"고 물었을까. 별것도 아닌, 아주 가벼운 접촉 사고였다면, 그리고 동승자도 없었다면, 왜 손 사장은 프리랜서 김모씨의 ‘취업 청탁’을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그가 ‘협박’을 하는데도 꼼짝 못하고 순한 양처럼 지난 다섯 달 동안 끌려 다녔을까. 심지어 용역 2억원짜리에 봉급 1천만원을 제안하기도 했을까. 손 사장과 김모씨 사이에는 우리는 모르는 ‘협박’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사안이 있는가.

◆김씨의 공갈죄가 성립하려면

손석희 사장은 프리랜서 김씨를 ‘공갈죄’로 고소했다. 공갈죄는 형법 350조에 나온다. 한마디로, 상대를 협박하여 재물을 뜯어내는 행위를 말한다. 이렇게 돼 있다. 이때 ‘협박의 내용인 해악(害惡)의 종류에는 제한이 없으며, 통고된 사실의 진위(眞僞) 여부나 현실 가능성의 유무를 불문(不問)한다.’ 가령 예를 들어, 김모씨가 손 사장에게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당신이 그날 밤 젊은 여자와 차 안에 같이 있었다고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해보자. 이때 공갈죄의 성립 여부를 따지는 사법 당국은 손 사장이 젊은 여자와 같이 있었는지 아닌지를 조사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무엇을) 폭로하겠다’고 한 사실만 확인되어도 공갈죄는 성립될 수 있다. 그래서 동승자 여부를 떠나 손 사장 측에서 공갈죄로 김모씨를 고소했을 수 있다.

◆정황과 심증은 넘치는데 증거는 없다

손 사장의 ‘동승자 의혹’은 정황상 심증이 가는 요소가 차고 넘친다. 손 사장이 일요일 밤 늦은 시각에 으슥한 곳에 주차를 하고 있었다는 점, 지극히 경미한 접촉 사고라고 해놓고 뒷처리를 하지 않은 채 일단 현장을 벗어나려 했다는 점, 프리랜서 김모씨의 ‘협박’과 ‘공갈’ 즉 취업 청탁과 제안이 상당 시간 동안 먹혀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 공인(公人)의 사생활에 대해 불법이라고 볼만한 근거도 없이 ‘정황’과 ‘심증’만 갖고 의혹을 따져 들 수는 없다.

◆ 사건의 본질은 "손 사장의 비굴함"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손석희 사장 너무 비굴하구나!’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손 사장과 김모씨의) 음성파일을 들어봤는데 도대체 손석희 사장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저렇게나 비굴할까 싶다" "이 폭행사건의 본질은 폭행에 있다기보다 손석희 사장이 무슨 일로 저렇게나 비굴할 정도로 김씨에게 끌려 다니느냐는 점이다" 장기표 원장은 결론처럼 이렇게 말했다. "내가 들은 음성파일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손석희 사장은 이 음성파일에서 드러난 회유와 비굴한 태도만으로도 즉각 JTBC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회삿돈으로 김씨를 무마하려 했다면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있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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