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존' 아닌 '성장'… 작은 조직들 연대하면 큰일 가능, 정책·제도·기업 육성·복지 등 다양한 고민 나눌 것"

입력 2019.01.29 03:01

소셜벤처들의 연대 '임팩트얼라이언스' 조직한 김재현·허재형 대표

소셜벤처에 투자하는 임팩트투자사 크레비스파트너스를 이끄는 김재현(왼쪽) 대표와 ‘소셜벤처의 메카’ 헤이그라운드를 운영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의 허재형(오른쪽) 대표를 22일 만났다. 두 대표는 이달 공식 출범한 ‘임팩트얼라이언스’의 정책위원장과 준비위원장을 각각 맡고 있다. 임팩트얼라이언스는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 비영리 단체, 임팩트투자사 등 다양한 조직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협의체다./최항석 객원기자
동맹과 연합을 의미하는 '얼라이언스(Alliance)'가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던 국내 소셜벤처들도 처음으로 연대를 선언했다. 이달 공식 출범한 '임팩트얼라이언스(Impact Alliance)'는 국내 최초의 소셜벤처 협의체다. 루트임팩트, 크레비스파트너스,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임팩트스퀘어, 마리몬드, 베어베터, 위누, 위커넥트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업계의 대표 주자들이 지난해 11월 준비위원회를 꾸려 밑그림을 완성했다.

지난 22일 '주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만남의 장소는 소셜벤처 밸리라 불리는 서울 성수동. 준비위원장인 허재형(37) 루트임팩트 대표와 정책위원장인 김재현(37)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는 "준비위원회가 꾸려진 건 2개월밖에 안 됐지만, 논의가 시작된 건 2년 정도 됐다"면서 "성수동 CEO 4인방의 친목 모임에서 임팩트얼라이언스의 싹이 텄다"고 말했다.

작은 조직들의 연대를 통해 복지 개선하고 생태계도 키울 수 있어

―성수동 CEO 4인방은 누구인가.

허재형: "우리 두 사람과 한상엽 에스오피오오엔지 대표,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이렇게 네 사람이다. 2017년부터 넷이 수시로 모임을 가졌다. 특별한 어젠다 없이 2~3주에 한 번씩 만나 근황도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넷 다 소셜벤처 투자나 인큐베이팅, 컨설팅 등을 하고 있어서 잘 통했다. 업계의 문제점과 고민을 공유하며 소셜벤처들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주로 어떤 고민을 나눴나.

김재현: "국내에 소셜벤처가 등장한 게 2005년 소셜벤처대회가 열리면서다. 역사가 14년이 됐다. 하지만 우리가 모임을 시작한 2017년 초반까지도 소셜벤처를 위한 정책이라는 게 거의 없었다. 공공의 지원 없이 각자 노력하면서 만들어온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소셜벤처 생태계를 위해 필요한 정책과 제도는 무엇인지, 우수한 동료 기업을 육성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소셜벤처 임직원들의 복지를 개선할 방법은 없는지 등을 끊임없이 토론했다."

허재형: "2017년 10월 정부가 소셜벤처 지원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 결과로 지난해엔 정부의 지원금을 비롯한 다양한 자원이 소셜벤처 생태계로 대거 유입됐다. 과거 소셜벤처들이 '생존'을 고민했다면 이제는 '성장'을 고민할 때가 온 것이다."

―성장을 위해 연대가 필요하다는 얘긴가.

김재현: "정부와의 협의 테이블에 앉을 일이 앞으로 점점 많아질 텐데,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려면 모여서 공통된 의견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의 다양한 조직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정리해 정부에 전달하면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

허재형: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을 때 불가능했던 일들도 가능해진다. 대표적인 게 '직장 어린이집'이다. 규모가 작은 소셜벤처에선 생각도 못할 일이지만, 여러 회사가 힘을 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소셜벤처 임직원을 위한 '연합 복지몰' 같은 것도 구상하고 있다. 작은 조직들이 모여 연대를 형성하면 힘이 생기고 훨씬 많은 부분에서 협상력을 가질 수 있어 지원 체계를 만들기가 쉬워진다. 일종의 공동 구매와 비슷한 원리다."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 비영리가 함께하는 포용적 협의체

임팩트얼라이언스는 소셜벤처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임팩트투자사,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조직을 회원사로 받기로 했다. 허재형 대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조직, 즉 '임팩트'를 지향하는 조직이라면 우리와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협회 이름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임팩트를 지향하는 여러 조직과 연대하자는 뜻에서 '임팩트얼라이언스'로 지었다"고 했다.

―성격이 다른 조직들이 함께하면 한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허재형: "한 방향을 보더라도 목소리는 각기 다를 수 있다. 여러 목소리가 공존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 아닌가. 예를 들어, 비슷한 성격의 사회 문제라도 어떤 건 '영리'에서 비즈니스로 접근해 해결해야 하는 게 있고, 어떤 건 '비영리'에서 시민사회가 해왔던 방법으로 풀어내야 하는 게 있다. 좋은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 해도 결국은 소셜벤처 중심으로 운영될 것 같은데.

허재형: "궁극적으로는 소셜벤처라는 말 자체를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해외에선 소셜벤처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비슷한 의미로 '소셜엔터프라이즈'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여기엔 영리와 비영리가 모두 포함된다. 조직들의 경계가 더 느슨해질 필요가 있다. 소셜벤처든 사회적 기업이든 불리는 이름은 중요치 않다. 지향하는 바가 같으면 누구나 우리와 함께할 수 있다."

―정부도 임팩트얼라이언스의 출범에 큰 관심을 갖는다고 들었다.

김재현: "이미 전화도 여러 번 받았다. 지금은 소셜벤처나 임팩트 투자에 대한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지는 단계다. 예산이 많이 들어갔지만 구체적인 정책도, 눈에 띄는 결과물도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임팩트얼라이언스를 환영할 수밖에 없다. 일원화된 채널로 우리와 대화하며 정책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을 함께 만들어갈 정도의 전문성을 가졌다고 확신하나.

김재현: "10년도 훨씬 넘게 소셜벤처가 자생하는 동안 정부의 자금이 풀린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도전하고 실험하고 실패하며 우리의 생각들을 정리해왔다.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게 됐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다. 공공에서는 우리를 통해 소셜벤처와 임팩트 투자에 대해 연구하고, 우리는 정부에 우리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현재 임팩트얼라이언스는 연내에 법인을 설립할 목적으로 홈페이지(impactallies.org)를 통해 회원사를 모집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목표는 회원사들과 함께 만들어 가기로 했다. 김재현 대표는 "정부 정책이 속도를 내는 만큼 회원사 모집을 서두를 생각"이라며 "3월까지 50개 정도의 회원사를 받고 이후 단계적으로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재형 대표는 "임팩트얼라이언스의 정체성을 미리 규정해 놓고 가고 싶진 않다"면서 "스케치는 어느 정도 끝났으니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의논하며 색칠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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