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거리 된 '5시간30분 릴레이 단식'

조선일보
입력 2019.01.28 03:00

한국당, 조해주 임명강행 등 반발… 2개 조로 나눠서 나흘째 농성
4당 "딜레이 식사·릴레이 다이어트"

자유한국당은 27일에도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등에 반발하며 '릴레이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조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이후 나흘째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나머지 여야(與野) 4당은 "단식이 아니라 '딜레이(delay) 식사'" "릴레이 다이어트"라며 비난했다. 한국당은 상임위원회별로 조를 짜서 릴레이 단식 중인데, 1개 조의 단식 시간이 '5시간 30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제기된 조해주 선관위원이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그대로 임명되자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릴레이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한국당은 "조 위원 임명 강행뿐 아니라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리,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 갖가지 문제가 쌓여 있다"고 농성 이유를 밝혔다. 단식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 이어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등 1일 2개 조로 편성했다. 1개 조당 5시간 30분씩 단식 농성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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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권력형 비리 규탄" -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27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조해주 중앙선관위원 임명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자리엔 차기 당권 주자들도 참석했다. 맨 앞줄 왼쪽부터 정갑윤·조경태·주호영 의원, 나경원 원내대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안상수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강호 기자
그러자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27일 논평에서 "가짜 단식, 가짜 농성에 표를 줄 국민은 없다"며 "민생 과제가 태산같이 쌓여 있으니 당장 국회에 복귀하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대변인은 "단식 농성의 새로운 버전"이라며 "이름값, 덩칫값 못하는 한국당의 민낯"이라고 했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꼼수 단식 쇼"라고 했고,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한국당이 간헐적 단식으로 무책임을 덮으려 한다"고 했다.

페이스북에는 '조롱성' 글이 쏟아졌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오후 2시 30분까지 점심 먹고 오후 8시에 저녁 먹는 것도 단식이냐"며 "그럼 난 매일 단식을 세 번씩 하네. 개그다 개그"라고 썼다. "나는 오후 5시부터 내일 오전 8시까지 무려 15시간이나 단식한다(정춘숙 의원)" 등 '패러디성' 글도 올라왔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준표 전 대표는 26일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처구니없는 투쟁으로 국민에게 제1야당의 역할이 각인되겠느냐"고 했다. 한국당 상임고문인 이재오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무슨 릴레이 단식 한다고요? 5시간 30분은 누구나 밥 안 먹어요"라고 썼다.

'5시간 30분'이 계속 논란이 되자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래는 한 분이 종일 단식하는 형식으로 하려 했으나, 의원들이 지금 가장 바쁠 때라 (단식 농성이라는) 취지는 같이 하되 2개 조로 나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단식이라는 용어로 릴레이 농성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돼 원내대표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당은 장외 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7일 오후에는 국회에서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비리 규탄대회'도 개최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물론, 황교안 전 국무총리·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차기 당권 주자들도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내가 곧 선(善)이고 정의고 국가'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조해주 선관위원 임명이나 손혜원 사건처럼 선, 정의를 혼자 독점하려 하는 것은 오만함"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야당의 진정성을 희화화하는 여당의 정치 공세에 굴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한국당은 '릴레이 단식 농성' 명칭을 '릴레이 농성'으로 바꾸기로 했다. '단식'을 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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