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VIEW] 軍이 앞장선 '한일 감정싸움'

입력 2019.01.28 03:00

日방위상 초계기 기지 방문에 정경두 국방, 해군작전司 시찰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하라"

정경두 국방장관은 26일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를 공개 방문해 일본 초계기의 저고도 위협 비행에 대해 "우방국에 대한 심대한 도발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군의 대응 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국방장관이 북한의 도발이 아닌 일본과의 갈등 문제로 일선 부대를 방문해 작전 지침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앞선 25일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해상자위대 아쓰기(厚木) 기지를 방문했다. 작년 말 시작된 '레이더·근접 비행' 문제에 양측 간 강경 대응이 이어지면서 한·일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는 모양새다.

정 장관은 "일본 초계기의 4차례 위협 비행은 세계 어느 나라의 해군도 용납할 수 없는 매우 위협적인 행위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하지도 않은 우리 해군의 추적 레이더 조사(照射)를 주장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우방국에 대한 비상식적인 언행"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우리 군의 작전권(군령권)을 행사하는 현역 최고사령관인 박한기 합참의장도 25일 '지휘서신 1호'를 통해 일본 초계기의 근접 비행과 관련한 우리 군 작전 대응 시간 단축과 신속 정확한 상황 보고 체계 확립을 주문했다.

최근 '레이더·근접 비행' 문제로 한·일 간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양국 국방장관이 각각 일선 부대를 방문했다.
韓日 '레이더·근접비행' 갈등 장기화 - 최근 '레이더·근접 비행' 문제로 한·일 간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양국 국방장관이 각각 일선 부대를 방문했다. 정경두(왼쪽) 국방장관은 해군 초계기 조종사 점퍼를 입고 26일 해군작전사령부와 세종대왕함 전투통제실을 찾아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이에 앞서 일본 이와야 다케시(오른쪽) 방위상은 25일 해상자위대 조종사 복장으로 초계기가 배치된 기지를 방문했다. /국방부·교도 연합뉴스
양국 간 군사 교류 협력도 '올스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해상자위대 함정의 오는 4월 부산항 입항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고, 우리 해군은 다음 달로 예정됐던 동해 1함대사령관의 일본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여권 일각에선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무용론이 제기되고, 협정 파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간 외교 소통 창구인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무성 회의 등에 참석한다는 게 명목적 이유지만, 한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면 귀국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주 일본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일 관계와 관련해 강도 높은 발언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정경두 장관은 당초 지난 24일 해군작전사령부 방문(26일)을 계획했지만, 비공개 일정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25일 이와야 방위상의 아쓰기 기지 방문을 공개함에 따라 공개로 방침을 바꿨다. 이와야 방위상이 초계기가 배치된 해상자위대 기지를 공개적으로 방문함에 따라 정 장관의 해작사 방문도 비공개에서 공개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해군 초계기 조종사 복장으로 해작사를 방문했다. 군 관계자는 정 장관의 복장에 대해 "해군 조종사들이 입는 것"이라며 "해상초계기(P-3)나 해상작전헬기 조종사들이 입는 점퍼를 해군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군은 정 장관의 복장이 일본의 초계기 도발에 대한 일종의 '결기'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야 방위상도 기지 방문 당시 해상자위대 조종사 복장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대한 '맞불' 성격도 있다.

군은 이번 사건과 관련, 대응 수칙 매뉴얼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타국 초계기가 우리 함정과 5마일(9.3㎞) 거리 안으로 들어왔을 때 경고통신을 시행하던 것을 10마일(18.5㎞)로 강화하고, 위협 비행이 있으면 함정에 탑재된 해상작전 헬기를 출동시켜 초계기의 항로를 막는 '육탄 방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고통신 문구도 지금보다 강한 표현으로 바꾸고,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 때 주변에서 작전 중인 우리 초계기가 있으면 긴급히 출동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양국 간 군사교류 협력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방위성이 올봄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를 한국에 파견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당초 이즈모는 오는 4월 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열리는 국제 해양안보 훈련 참가차 부산항에 올 예정이었다.

군에서 증폭되고 있는 한·일 관계 악화가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작년 일본과의 초계기·근접비행 갈등은 일종의 해프닝이었다면 이번에는 일본이 의도를 갖고 접근한 만큼 군사적 차원에서의 대응은 필요한 것이었다고 본다"며 "다만 일본이 잘못했지만, 한·일 양국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건 우려스럽다. 군 당국이 아닌 외교·정상 간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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