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自爆 투쟁' 벌이는 한국당

입력 2019.01.28 03:12

최승현 정치부 차장
최승현 정치부 차장
이쯤 되면 대여(對與) 투쟁이 아니라 자폭(自爆) 투쟁이라 할 만하다. 자유한국당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작년 말부터 현 정권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지만 제1 야당은 번번이 '헛발질'만 하고 있다. 여권에선 "한국당 때문에 악재가 호재로 뒤바뀐다"는 말까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임명 강행한 것을 두고, 한국당 의원들은 이달 24일 '릴레이 단식(斷食)'을 시작했다. 그런데 당내에서도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의원들이 4~5명씩 조(組)를 짜서 국회에서 단식을 한다는데 그 시간이 5시간 30분씩이다. 보통 사람들은 5~6시간에 한 번씩 끼니를 해결하니 '단식 쇼'에 가깝다. 일말의 절실함도 찾아볼 수 없다. '릴레이 다이어트' '웰빙 단식'이란 조롱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앞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폭로로 시작된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은 작년 12월 31일 해를 넘겨가며 14시간여에 걸쳐 이어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야당이 완벽한 '판정패'를 당하며 흐지부지됐다. 12년 만에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질문에 '팩트'는 없고 '호통'만 있었다. 오히려 조국 민정수석의 흐트러짐 없는 답변 태도만 주목받았다. 하락하던 대통령 지지율은 운영위 직후 반등했다.

손혜원 의원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22일 목포에 내려가 20여 분간 머물렀던 '보여주기'식 일정으로 지역 주민들 비판을 받더니, 다음 날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목포는 호구다'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지역 감정은 들끓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25일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당이 야당 된 지도 3년째다. 집권 초 기세등등하던 여권은 많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권의 존립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도덕성에서도 심각한 위기 징후가 보인다. 그런데 언론이 제기한 의혹의 불길이 한국당 손을 타기만 하면 사그라드는 상황이 반복된다. 각종 의혹과 관련해 TF를 구성했지만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팩트를 찾기보다 적당한 수사(修辭)로 하루를 넘기거나 어이없는 실수로 역풍을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가올 선거에서 이기고 싶다면 지금부터 112명 한국당 의원 전원이 개별 헌법기관으로서 권능(權能)을 활용해 집권 세력 관련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뛰어야 한다. 물론 그럴 생각과 결기가 없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당내 어디에 줄을 설 것인지나 고민하며 시간 보내다 소멸된다고 해서 아쉬워할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들을 지지하던 국민은 어디서든 다시 대안을 찾아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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