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햄버거 체인 '우마미 버거'. 햄버거를 입에 베어 문 여성 고객이 "이건 진짜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 여성이 주문한 것은 '임파서블 버거'. 겉으로 보기에는 쇠고기 패티 두 장이 들어간 평범한 햄버거지만 실제로 이 버거에 육류는 없다. 패티처럼 보이는 것은 밀과 감자, 아몬드 같은 식물성 재료를 혼합하고 콩과 코코넛오일을 이용해 피와 육즙 느낌까지 만들어낸 인조 고기이다.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 가짜 고기를 만들어낸 것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 '임파서블 푸드'. 이 기업을 2011년 창업한 것은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패트릭 브라운 교수이다.
브라운 교수는 2009년부터 가축 사육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소 한 마리는 4인 가족이 일주일 동안 쓸 물을 하루에 먹어치우고, 온실가스를 방귀와 트림으로 엄청나게 많이 내뿜는다. 브라운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벽한 가짜 고기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6년 연구 끝에 선보인 임파서블 푸드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현재 미국에서만 5000여 레스토랑이 이들의 가짜 고기를 사용하고 있고 임파서블 푸드가 유치한 투자금은 4억달러(약 4500억원)가 넘는다. 환경 문제라는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푸드 테크(식품 기술)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낸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가 아닌 교수들도 캠퍼스 밖으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골라내 자본을 투자하는 엔젤 투자 전문가 중에서도 현직 스탠퍼드 교수가 흔하다. 존 글린 경영대학원 교수가 창립한 글린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자금 운용 규모가 무려 50억달러(약 5조6500억원)에 이른다. 지난 10년간 드롭박스, 에버노트, 링크드인, 텀블러 등 실리콘밸리의 수퍼 스타트업들을 키워냈다. 스탠퍼드 공대 컨설팅 담당 교수였던 마이클 디어링과 클린트 코버 경영대학원 교수는 각각 투자 회사 해리슨 메탈과 울루 벤처스를 세워 100곳이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데버러 휘트먼 스탠퍼드대 기업가 정신 센터장은 "매년 수많은 기업이 새롭게 태어나고 전 세계 인재들이 몰려드는 실리콘밸리의 비결이 바로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엔젤 투자자들"이라며 "뛰어난 아이디어가 빛을 볼 수 있도록 키워내는 것도 대학이 사회에 공헌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스탠퍼드대 교수들의 도전에는 성역이 없다. 충분한 가치가 있다면 대학이라는 자신들의 틀 자체를 뒤흔드는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2012년 이 대학 컴퓨터과학과 다프네 콜러와 앤드루 응 교수가 온라인 교육 업체 '코세라'를 창업했다. 세계 최고 수재들만 들을 수 있는 스탠퍼드대 강의를 전 세계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하자는 취지였다. 프린스턴대, 미시간대, 펜실베이니아대 등 다른 대학이 속속 동참하자 강의 수와 이용자가 폭증했다. 지난해 기준 코세라 회원은 3300만명, 강의 수는 2400건에 이른다. 코세라 관계자는 "앤드루 응 교수의 딥러닝(심층 학습) 수업을 학교에서는 한 학기에 많아야 400명만 들을 수 있지만, 온라인으로는 10만명 이상이 수강했다"면서 "대학의 권위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과 실패를 다양하게 경험한 스탠퍼드대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최고 멘토가 된다. 스탠퍼드대 출신으로 스타트업 스트라치오를 창업한 이제형씨는 "창업 관련 수업은 스탠퍼드 대부분의 전공에 학기마다 개설된다"면서 "강의에 등장하는 교수와 동문 기업인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아낌없이 나눠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