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맥우드 총장의 '한국 걱정'

입력 2019.01.26 03:09

손진석 파리특파원
손진석 파리특파원

센강(江)이 굽이치는 파리 서쪽 외곽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NEA(원자력기구)를 찾아간 건 석 달 전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기자와 마주 앉은 윌리엄 맥우드 OECD NEA 사무총장은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데도 신중했다. 그는 원전의 국제 협력을 도모하는 기구의 수장(首長)으로서 '원전 홍보'에 앞장서는 사람이다. 하지만 탈(脫)원전을 선택한 한국 정부를 자극할까 봐 표현을 절제하는 눈치였다. 한국 역시 NEA의 회원국이다.

맥우드 총장은 "한국 정부가 깊이 생각해서 (탈원전을) 결정했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다 한순간 말문을 확 열었다. '환경'이란 단어를 끄집어낸 후 그의 입에서 봇물이 터졌다. "원전은 공기 중 유해 물질 배출이 가장 적은 에너지원입니다. 보세요. 중국과 인도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요. 덩치 큰 두 나라는 유해 공기를 내뿜지 말라는 압박을 갈수록 많이 받을 겁니다. 그러면 에너지원으로 뭘 선택하겠어요? 이미 두 나라는 원전 건설을 늘리고 있어요."

환경과 에너지원을 맞물린 이야기는 이어졌다. 맥우드 총장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후·날씨가 갈수록 변덕스러워지는 것도 원전이 확장되는 배경으로 꼽았다. 올 들어 유럽에선 따뜻한 그리스의 기온이 섭씨 영하 23도까지 내려가는 이상 한파(寒波)가 몰아쳤다가, 이후 봄이 온 듯한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등 날씨가 춤을 춘다. 맥우드 총장은 "원전은 어떤 기후, 날씨에서도 가장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탈원전 중인 독일·한국 정부가 치켜세우는 태양광은 날씨 따라 웃다 울기 마련이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에너지원별 이산화탄소 배출 계수(g/kWh)는 원자력이 10으로 가장 낮고, 태양광 54, LNG 549, 석유 782, 석탄 991 순이다. 독일은 원전을 버리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화석연료를 태우는 비중을 오히려 높이고 있다. 그러니 환경에 오히려 누(累)가 된다. 독일은 작년 가을 석탄 채취를 위해 1만4000년 된 원시림 벌목 방침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포브스'지(誌)는 "프랑스는 원전 덕분에 청정에너지를 선도하지만, 독일은 가장 더러운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누가 영웅이고 악당인지 분명하다"고 했다.

요즘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미세 먼지로 고통받는다고 토로한다. 갈수록 질 좋은 공기를 갈망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적 효율성, 산업적 가치 외에 깨끗한 환경에서 숨 쉬자는 차원에서도 원전이 주목받고 있다.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 먼지 소식을 들을 때마다 "원전은 친환경 에너지"라며 자신 있어 하던 맥우드 총장의 눈빛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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