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펠로시 정면충돌…“국정연설 예정대로“ vs“셧다운 해결 전 불가”

입력 2019.01.24 07:11 | 수정 2019.01.24 07:5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년 의회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또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국정연설을 당초 예정된 1월 29일 하겠다고 하자, 펠로시 의장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인 업무 정지) 해결 없이는 대통령이 의회에 서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밀경호국과 확인한 결과 국정연설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데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나는 우리 국가가 마주한 현 상황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미 국민과 의회에 전달하기 위해 당신의 초청을 받아들이고 나의 헌법상의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두교서 발표가 정해진 시간과 일정,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장소에 따라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매우 슬픈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월 19일 백악관에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의회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57억달러를 통과시켜주면 ‘다카(DACA·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를 3년 연장하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거절했다. /연합뉴스
미 대통령은 매년 1월 말 또는 2월 초 상·하원 국정연설을 한다. 의사당에서 열리는 국정연설에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포함한 내각 각료, 양원 의원, 대법관 등이 모두 참석한다. 대통령은 국정연설을 하며 내정·외교 현황과 새해 국정 운영 방침 등을 담은 연두교서를 발표한다.

대통령은 하원의장의 허락 없이는 사실상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의사당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날짜와 시간을 담은 결의안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해야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하원에서는 의장이 언제 이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지 결정한다. 따라서 펠로시 의장이 이를 거부하면 미국의 오랜 전통인 대통령의 신년 의회 국정연설이 무산될 수도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받은 뒤 몇 시간 뒤 대통령에게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그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연방정부가 다시 문을 열고난 뒤, 양측이 합의한 날짜에 당신을 의회에서 맞이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펠로시 의장의 답장에 관한 질문을 받고 "놀라울 것도 없다"고 불평했다. 그는 "(민주당과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지만 미국 국민은 어떤 범죄도 보고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미 국민이 원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예산안 타결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멕시코 국경 장벽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가 늘면서 마약·인신매매 등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국경 장벽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국경 장벽 건설을 원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펠로시 의장은) 진실을 듣고싶어 하지 않는다"며 "그는 미 대중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듣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의 ‘연두교서 발표 반대’를 "우리가 사랑하는 이 놀라운 나라에 대한 큰 오점"이라고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대부분의 공무원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대통령의 신년 의회 국정연설을 미루거나 연설 내용을 서면으로 보내라고 제안했다.

미국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019년 1월 17일 워싱턴 DC 연방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이유로 군용기 사용 승인을 불허하면서 펠로시 의장의 해외순방에 제동을 걸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펠로시 의장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오는 29일 의회에서 예정된 대통령 국정연설을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대신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일종의 ‘보복’을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앞서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비밀경호국과 국토안보부가 펠로시 의장이 언급한 보안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캘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연두교서 발표 당일 참석할 인사들을 초청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백악관은 ‘플랜 B’로 워싱턴 외곽에서 정치집회 형식으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두교서 발표는 미 상·하원 의원이 모두 참가하는 행사로, 의회당에서 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장소 제한은 없어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회의장이나 주의회 의사당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경 장벽 건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그가 멕시코 국경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은 33일째에 접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악관 연설에서 민주당에 국경 장벽 예산 57억달러를 통과시켜주면 ‘다카(DACA·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와 ‘이민자들의 임시 보호지위(TPS)’ 기한을 3년 연장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미 예전에 거절했던 제안인 데다, 이민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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