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시발점이 된 서지현 검사에게 부당한 인사 조치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52·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23일 안 전 국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재판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2년과 같은 형량이다.
이 부장판사는 "안 전 국장은 검사 인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자신의 성추행 비위를 덮고자 서 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며 "그로 인해 서 검사는 정신적인 상처까지 받았다"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나아가 검사 인사권을 사유화하고 남용함으로써 공정한 검사인사가 올바르게 되는지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검찰 구성원의 기대를 무너뜨렸다"며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안 전 국장은 선고 공판 40분 내내 피고인석에서 일어선 채 판결을 들었다. 재판 초반까지 그는 굳은 표정으로 주먹을 꼭 쥔 채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이 부장판사가 안 전 국장의 주장에 대해 하나하나 판단하며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자 재판 말미에는 고개를 들어 이 부장판사를 쳐다보기도 했다.
실형이 선고되자 안 전 국장은 "재판장께서 검찰 인사에 대해 좀 더 배려해 줬으면 했다"며 "저로서는 (결과가) 너무 뜻밖이라 항소심에서 이런(억울한) 점들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1월 29일 서 검사가 검찰 내부망을 통해 피해사실을 알렸을 때 저는 그 이름(서지현)을 들어본 적도 없고 누군지도 전혀 몰랐다"며 "검찰국장이 평검사의 인사에 관여하며 보고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안 전 국장은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덮기 위해 피해를 주장하는 서 검사에게 부당한 인사조치를 하도록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안 전 국장은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서 검사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았다. 서 검사가 이를 문제 삼으려 하자 안 전 국장이 검찰 조직과 인사를 관할하는 검찰국장 지위를 이용해 2015년 8월 서 검사를 여주지청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검찰 성추행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조사단은 안 전 국장이 서 검사 인사 발령에 부당 개입했다고 판단해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성추행 의혹은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