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북한말은 조선족 방언…북한 주민이 쓰는 진짜 ‘문화어'는?

입력 2019.01.24 06:00

북한 여행 회화
김준연 지음 | 채유담 그림 | 허서진 감수 | 온다프레스 | 176쪽 | 1만2000원

"남 : 두통약 좀 주시겠어요? 감기 기운이 있어서요."
"북 : 쪽머리아픔에는 이 약이 좋습니다. 요즘 철새 독감이 심한데, 남조선에서 오실 때 왁찐도 맞고 오셨습니까?"

지난해 한반도는 남북,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되는 등 평화 분위기로 들썩였다. 한반도 평화의 시간을 맞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혹여 남북이 서로 문호를 개방하고, 북한 여행을 가게 된다면?

여행작가 김준연이 70여 년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남과 북 언어의 쓰임을 들여다봤다. 남한 표준어와 북한 문화어의 차이에 주목해, 우리가 막상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 일어날 법한 일들을 살펴봤다. 40여 개국을 여행한 저자가 북한을 다녀온 외국 여행가들의 기록을 추리고 추정해 북한을 여행하기 전 우리가 갖춰야 할 예절을 소개했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은 가상의 남북 간 대화를 시작으로 저자의 여행기와 언어공부를 잇는 식으로 펼쳐진다. 남한과 북한이 상대방에 대한 체제 경쟁의 도구로서 언어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 북한의 띄어쓰기 방식은 남한의 것과 어떻게 다른지, 북한도 외래어를 쓰는지, 북한의 매체들이 어째서 그토록 강경한 어조로 자본주의 국가들을 비난하는지, 북한의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은어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남한과 북한 사람들이 가진 언어에 대한 편견도 지적한다. 가령 8장의 제목 ‘동무, 려권 내라우’ 같은 말은 남한 사람들이 북한말을 흉내 낼 때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실제 북한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다. 책의 회화 감수를 맡은 북한 이탈 주민 허서진 씨는 "북한 주민들 대다수는 공용어인 ‘문화어’를 쓴다. 남한 표준어와의 차이는 억양과 어휘뿐"이라며, 우리가 북한말로 믿는 말들은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이나 조선족들의 방언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북한 사람들도 남한말에 대한 편견이 있다. 그들은 남한 사람들의 말이 "아양을 떠는 코맹맹이 소리이며 영어, 일본말, 한자어가 잔뜩 섞인 잡탕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지금의 한국어는 하나가 아니다. 저자는 이를 인정하고 스스로가 가진 편견을 조금씩 허무는 것이, 지금의 남북 모두에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북한어에 대한 탐구는 북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러시아의 맥주 공장 이야기에서는 대동강 맥주 이야기를, 쿠바의 경제 사정을 설명해주는 대목에서는 북한의 이중경제 상황을, 여타 구 사회주의 국가의 공항 모습을 통해서는 외래어에 대한 북한의 고지식한 태도를 보여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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