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의원이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 직전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만나 이 건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는 보도가 21일 나왔다. 독립유공자 선정에 앞서 손 의원이 피 처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일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손혜원 의원

이날 JTBC에 따르면, 손 의원은 지난해 초 피 처장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나 부친의 독립유공자 건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국가보훈처는 독립유공자를 선정하는 주관부처다.

손 의원 부친 고(故) 손용우(1997년 작고)씨는 1940년 일본이 패전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폐간의 부당성을 주장하다가 체포돼 징역 1년6개월 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손 의원은 "아버지는 몽양 여운형 선생의 청년 비서였다"고 주장해왔다. 학계에선 여운형이 사회주의 계열이지만 공산당과는 다르다고 보고 있다.

손씨측은 이와 관련해 1982ㆍ1985ㆍ1989ㆍ1991ㆍ2004ㆍ2007년 등 총 6차례에 걸쳐 포상 신청을 했지만, 매번 심사에서 탈락했다. 보훈처 측은 손씨가 포상에서 탈락 사유에 대해 ‘입증 자료 미비’ 혹은 ‘광복 이후의 행적’ 등으로 설명했다. 손씨는 광복 이후 조선공산당 공산청년동맹 서울지부 청년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공산당 활동 이력이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지난해 2월 손씨 유족이 전화로 보훈처에 손씨의 포상 신청을 한 뒤의 결과는 달라졌다. 보훈처가 포상 대상을 확대해 손씨에 대한 포상을 결정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식에서 손 의원의 어머니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손 의원은 지난해 2~3월 경 피 처장에게 면담을 요청해 국회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고 한다. 같은해 4월 보훈처는 포상 대상을 확대하는 쪽으로 심사 기준을 바꿨다. 공산당 활동 이력이 있더라도 북한 정권 수립에 직접 기여하지 않았다면 포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가보훈처 측은 JTBC에 "(손 의원과 피 처장이) 면담 중에 손 의원 부친의 독립운동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면서도 "피우진 처장은 일반적인 신고 절차를 안내했을 뿐"이라고 했다.

또 손 의원 측 관계자는 손 의원 부친이 여운형 선생의 '청년 비서'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돼 포상 신청 절차를 보훈처 관계자에게 문의했고, 이 과정에서 보훈처 측이 피 처장의 상임위 일정에 맞춰 인사차 찾아온 것일뿐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