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장내 유익균' 면역체계를 지킨다

입력 2019.01.22 03:00

체내 면역 물질 70% 만드는 '장'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만으로 면역 체계 관리

장내 유익균
Getty Images Bank
모든 질병은 장에서 시작된다. 단순히 소화기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장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을 한다. 먼저 장은 체내 면역물질의 약 70%를 만드는 기관이다. 또 비타민을 생성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며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장이 인체 건강의 핵심이 되는 이유는 바로 프로바이오틱스에 있다. 우리의 몸에는 1~1.5㎏의 장내 세균이 살고 있으며 유익균, 무해균, 유해균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지낸다. 이때 장내 유익균은 장벽막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유해균을 억제하고 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신경생리학자 마이클 거슨은 뇌에서 정신을 안정시키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95%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장을 '제2의 뇌'라고 명명했다.

◇'균은 적이 아닌 동지'…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로 인식 전환

프로바이오틱스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된 계기는 유산균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일리야 메치니코프(1845~1916)의 연구 덕분이다. 그는 불가리아 지방에 장수인구가 많은 원인을 연구하던 중 요구르트 섭취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프로바이오틱스에 의한 불로장수설을 발표해 유산균 발효유의 과학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는 본격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결정적인 이유는 1928년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1881~1955)이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하면서다. 항생제 덕분에 인간은 결핵 등 수많은 감염 질환으로부터 해방됐지만, 항생제가 사용된 지 3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내성을 가진 균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항생제의 사용은 건강에 필수적인 유익균도 함께 파괴하며 면역체계를 흔들었다.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는 항생제 내성 문제와 더불어 아토피나 암 등 면역 관련 질환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다시 활발히 진행됐다. 최근에는 유산균의 기능성에 대한 연구가 잇따라 발표되며, 유산균이 장에만 좋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프로바이오틱스의 진화…미세먼지 대응 효과

체지방을 감소해주는 유산균도 있다. 김치에서 분리한 '락토바실러스 커베터스 HY7601'과 '락토 바실러스 플란타룸 KY1032 2종'은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유의적으로 감소시킨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대사질환 분야의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아테로스콜로시스(Atherosclerosis)에 게재됐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유산균 조성물을 이용한 미세먼지 보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락토바실러스 카세이 균주를 포함하는 미세먼지 독성에 대한 세포 및 조직 보호용 조성물'에 대한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KIST가 연구에 사용한 유산균은 한국야쿠르트가 사람의 장에서 분리해 사용 중인 '락토바실러스 카세이(Lactobacillus casei) HY2782 균주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토양에 서식하는 '예쁜꼬마선충'에 미세먼지를 투여했을 때 벌레의 생장과 생식능력이 감소하며, 이 벌레에게 HY2782 균주를 먹인 경우 미세먼지에 의한 독성이 유의적으로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파라카제이(Lactobacillus paracasei) HP7'은 위 점막 내 서식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억제를 돕는 기능성을 갖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균을 위암 유발균으로 규정한 바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헬리코박터균 보균자가 전 국민의 70% 가까이 된다. '락토바실러스 파라카제이 HP7'은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로 국내 기능성 발효유 시장을 개척한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가 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이다. 총 800여 종의 유산균 중 헬리코박터의 생장을 억제하는 7종이 바로 HP7이다. 이렇게 선발된 HP7을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실험동물에 한 달 동안 섭취시킨 결과 사람이 복용하는 발효유나 유산균 음료를 통해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농도의 유산균 투여만으로 항헬리코박터균의 기능이 있는 것을 확인됐다.

◇제2의 게놈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확대

프로바이오틱스로 대표되는 장내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생물 군집을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이른바 '제2의 게놈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연구는 국가 차원의 경쟁도 뜨겁다. 미국은 지난 2008년부터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중국·일본 등도 뒤따라 연구에 뛰어들었다.

국내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3년까지 총 80억원을 투입해 한국인 장내 미생물 뱅크 구축과 활용 촉진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건강한 한국인 장내 미생물을 확보해 유전정보를 분석하고 신약, 건강기능식품, 관리 프로그램 등 개발을 위해 기업이나 연구소에 분양한다는 입장이다. 민간기업도 연구에 착수했다. 식품업체로는 한국야쿠르트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함께 류마티스 관절염 제어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의 한 영역으로 장내 세균을 이식해 대장염을 치료하는 변 이식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장내 세균을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물에 섞고 물 위에 뜨는 균을 모아 상대의 항문으로 주입하면 끝이다. 주사제가 아니어서 감염 위험은 적다. 국내에서도 3~4년 전부터 장내 세균 이식치료가 100여 건 이뤄지는 등 확산하고 있다. 치료 성공률은 8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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